<이사람> 중소기업진흥공단 최길수 벤처창업팀장

 중소기업진흥공단 벤처창업팀을 이끌고 있는 최길수 팀장(52)은 요즈음 본업인 창업지원 업무 외에 에인절 투자가로서 발전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물색하고 투자자도 모집하는 등 1인 3역의 역할로 그 누구보다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최 팀장이 바빠진 것은 3월초 동료직원들과 「중진공 엔젤투자클럽」을 결성, 간사를 맡으면서 이 회사 임원에서부터 말단사원에 이르기까지 40여명의 직원들이 각각 500만원에서 2000만원씩 투자, 총 4억4500만원에 달하는 투자자금을 모았기 때문.

 이 돈은 이달말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신소재 벤처기업인 파이오니아메탈의 자본증자에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 82년 중진공에 들어온 최 팀장은 올해초 벤처창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16년간 중소기업 기술지도 한가지 업무에만 매달렸다.

 그런 그가 최근 중진공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벤처창업팀의 책임을 맡자마자 투자클럽부터 결성한 동기는 남다른 데가 있다.

 『정부의 자금지원만으로는 쓰러져 가는 벤처기업을 살릴 수 없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를 실천에 옮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에인절이 되어 투자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규합하게 됐지요.』

 최 팀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기업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엔젤투자클럽」을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현재 이 클럽이 투자대상으로 삼은 파이오니아메탈은 직원 수 42명, 연 매출 60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 이 회사는 그러나 벨기에·미국·일본에 이어 지난 97년초 세계 네번째로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도 안 되는 극세(極細) 금속섬유를 개발, 올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는 등 기술력만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중진공 직원들이 에인절 투자자로 나서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 회사의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회사는 시설확장을 위한 자금마련에 나섰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지난 88년 창업 이후 몇차례 중진공 자금 신세를 져 더이상 지원이 곤란한 데다 일반인에 대한 인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아 마땅한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지요. 그러자 평소 이 회사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중진공 직원들이 하나둘씩 투자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되어 엔젤클럽까지 결성하게 됐습니다.』

 최 팀장은 『이 회사는 직원 숫자가 40여명에 불과하지만 전임 연구원이 12명이나 될 정도로 연구·개발(R&D) 의욕으로 똘똘 뭉친 데다 기술수준도 높아 사내 투자자를 모았다』고 밝힌다. 처음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직원들도 지난 13일 석창환(46) 사장의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후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투자자 중에는 그동안 고이 모아뒀던 은행 예금통장을 가져온 사람, 결혼식을 치른 후 얼마간 남은 돈을 투자한 사람, 그리고 심지어 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간 아들의 등록금까지 턴 사람도 있는 등 회원들의 투자열기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투자클럽에 가입한 회원들 중에는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전문가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도 회사의 발전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중소 벤처기업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중진공 직원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만큼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 에인절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에인절 투자자들이 부동산과 증권을 사는 것보다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얼굴에서 강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