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53);발 이야기

 우리 신체에서 가장 천대받는 부분은 아마도 발이 아닐까.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사람들도 특별히 발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가 늘 돌보면서 각종 예방접종을 하지만 발에는 접종은커녕 오히려 어릴 때부터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인체에는 모두 200여개의 뼈가 있는데, 그 가운데 4분의 1이 두 발에 집중돼 있다. 발이 인체에서 차지하는 부피의 비율을 생각하면 무척 많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쪽 발에만 인대가 100개가 넘고 근육도 20개 가량 붙어 있다. 발이 왜 이처럼 복잡한 구조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명한 일이다. 평생 체중을 지탱해야 하고, 또 서 있거나 걷고 뛸 때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계속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체중 70㎏인 사람이 보통 걸음으로 걷는다는 것은 1분에 100번 가량 70㎏의 힘으로 계속 두 발을 내리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우리들 대부분은 부드러운 흙이 아니라 딱딱한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을 걷게 마련이다.

 흔히 포장된 길과 신발을 문명의 상징으로 생각하지만 적어도 발에게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부드러운 흙과 고르지 않은 맨땅을 맨발로 걷는 것이야말로 발에게는 가장 좋은 환경이고 또 운동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발을 점점 나쁜 조건으로 몰아갔다. 특히 무심코 어린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잘못은 심각하다.

 다른 신체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발은 20세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성장이 완료된다. 그 많은 뼈와 근육과 인대들이 복잡하게 모여 있는 발은 그래서 그만큼 섬세하고 예민하게 마련인데, 부모들은 어린아이 때부터 조그만 발을 억지로 양말과 신발에 밀어넣는다. 또 빨리 걸음을 배우라고 성급하게 아이를 일으켜 세워 걸음마 연습을 시킨다. 더 자라서 신발을 사주면 대개 가능한 한 오래 신도록 한다.

 어린아이들의 40% 정도는 이미 발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대개 발가락 기형이나 평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갓난아기를 포대기에 단단히 싸기만 해도 발의 모양이 일그러질 수 있다. 아기의 걸음마는 스스로 설 때까지 재촉하지 말아야 하며 또 자라는 아이들의 발은 한두 달마다 쑥쑥 자라므로 그만큼 신발도 자주 갈아줘야 한다. 10대 초반의 아이라면 1년에 서너번 정도는 바꿔주어야 한다.

 옛말에 「발이 아프면 온몸이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발이 잘못되면 신체의 다른 부위들이 먼저 이상 신호를 나타낸다. 다리 경련이나 등뼈의 통증은 물론이고 두통도 생긴다. 특히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는 등의 이유로 남성들보다 평균 4배나 많이 발 질환을 앓고 있다. 하이힐은 체중을 앞쪽으로 쏠리게 해서 척추와 다리근육 이상을 유발한다.

 티눈은 발의 특정 부분이 너무 많은 압력을 받아 생기는 것이다. 죽은 세포들이 두텁게 쌓이면서 신경에까지 압박을 가해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티눈은 1주일 정도 발을 안 쓰고 누워있으면 낫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과연 1주일을 누워 있을 수 있을까?

 무좀균은 늘 발에 붙어 있다가 습기가 많으면 활발해진다. 발은 손바닥과 함께 인체에서 가장 땀샘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건조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인간의 발은 늦은 오후에 가장 크게 부풀어오른다. 신발은 이때 골라야 하는데 가장 긴 발가락 끝에서도 1㎝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양말 역시 죄는 것은 신지 않도록 한다. 발에 대한 이런 모든 세심한 배려는 노년에 보답이 돌아온다. 젊어서 혹사하면 그만큼 일찍 고장나는 것이 바로 발이다. 고르지 않은 흙바닥을 맨발로 걷는 것이 발에 가장 좋은 운동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