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 모듈 기판으로 부각되고 있는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인쇄회로기판(PCB)업체간의 경쟁이 본격 점화되고 있다.
램버스 D램 모듈은 세계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이 차세대 PC용 메모리 모듈로 확정한 규격으로 오는 2005년에는 현재 PC 메모리 모듈로 채택되고 있는 싱크로너스 D램 모듈 기판을 거의 대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램버스 D램 모듈 기판은 PCB품목 중 시장규모가 가장 클 뿐더러 첨단 PCB 생산기술이 모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이의 생산 여부는 PCB업체의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이 오는 2000년부터 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시장은 국내 PCB업체에는 안방시장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각되자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심텍·코리아써키트 등 주요 메모리 모듈 기판업체들은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개발 및 생산에 거의 사운을 걸고 매달리고 있다.
이들 5개 PCB업체는 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램버스 D램 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여건을 구비하고 인텔로부터의 생산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메모리 모듈 기판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 등은 이미 월 1만㎡ 정도의 생산설비를 구축해 놓고 있으며, 심텍과 코리아써키트도 조만간 월 1만㎡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한다는 계획아래 투자를 진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당초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시장은 오는 6월부터 형성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인텔의 사정으로 인해 9월로 순연돼 PCB업체들은 대략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정 지연이 모든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생산에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여온 LG전자 PCB OBU는 매우 곤혹스런 입장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양산설비 구축을 추진해온 LG전자 PCB OBU는 이 시장이 일정대로 형성되지 못하는데다 주력 공급처인 LG반도체가 빅딜 대상으로 선정돼 앞날이 불투명해져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사업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대덕전자·심텍·코리아써키트는 내색은 않지만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시장 형성이 지연되는 것을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모듈램 기판 사업에 참여한 업체 중 가장 후발업체인 대덕전자는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관련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으며, 심텍과 코리아써키트는 최근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생산라인에서 램버스 D램 모듈 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인텔의 일정 지연으로 대만 업체들이 램버스 D램 모듈 기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BGA 기판 가격인하 경쟁이 램버스 D램 모듈 기판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