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LCD 김선동 사장(58)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계에서 주목받는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자에 시달린 TFT LCD 사업을 올 들어 흑자궤도에 올려 놓으면서 세계 1위를 넘볼 정도로 키워왔기 때문이다. 물론 운도 뒤따랐다. 지난 1월 LG반도체와 전자로 양분됐던 TFT LCD 사업을 통합한 LGLCD가 출범하자마자 시장상황이 반전됐다.
공급과잉이었던 시장이 공급부족으로 바뀌면서 TFT LCD 가격도 꾸준히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경영상황 호전에는 김 사장의 뛰어난 경영능력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사장은 『TFT LCD시장이 공급부족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하고 지난해부터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설비보완 투자를 해왔다』면서 사전에 준비했음을 역설했다. 따라서 앞으로 도래할 모니터 시장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도 단행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15인치 이상의 모니터 전용 TFT LCD를 생산하는 4세대 생산라인 규격으로 680×880㎜를 결정한 데 이어 1조원을 투자해 4만개 이상의 경제성 있는 설비를 갖춰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3.5세대라인인 590×670㎜를 설치해 정상화시켜 가는 과정에서 무척 힘들었기 때문에 이같은 경험을 살려 680×880㎜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올해와 내년에 수익을 올려 투자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도입키로 결정된 4세대 생산라인에서는 모니터시장의 주력기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15인치 TFT LCD를 최대 6개까지 생산할 수 있으며 18인치와 22인치도 4개 정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모니터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니터시장을 겨냥, 김 사장은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김 사장은 전통적으로 LG의 경쟁 상대인 삼성과 한번도 경쟁에서 뒤져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한 승부사의 면모를 갖고 있다. LG전자 시절 김 사장은 비디오와 컬러TV사업 부문을 맡아 삼성전자와 경쟁에서 승리했다. 이같은 김 사장의 승부사 기질을 삼성 측의 관계자들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TFT LCD 사업에서도 삼성을 앞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제 설비규모면에서도 삼성전자보다 오히려 앞서 월 6만개의 투입량을 보여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면서 『이달부터 1억3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려 경쟁업체인 삼성을 누르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LCD업체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대만업체들의 진출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기술과 생산성면에서 충분히 앞지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만업체들의 진출을 호기로 보고 있다. 대만업체들에 채산성 없는 노트북용 시장을 내주는 대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용과 모니터용 시장으로 생산구조를 전환해 나가는 계기로 삼고 있다.
끝으로 그는 『국내업체들은 지난해까지 PC업체들에 많은 이용을 당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업체별로 제품 및 마케팅을 차별화, 가격경쟁을 자제해 한푼이라도 더 받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