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게임물 심의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작년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공진협)로부터 「연소자 관람불가」등급을 받은 이 게임을 미성년자에게 대여했다는 이유로 게임방업주들이 대거 불구속 입건되는 상황에서 최근 온라인게임을 심의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스타크래프트」가 청소년에 유해하지 않다』는 「적합」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동일한 게임에 상반된 심의결과가 나옴으로써 혼란을 주고 있음은 물론 기술발전 추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현행 게임물 심의제도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의 게임물 심의제도는 이원화돼 있다. PC게임은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공진협이 심의하고 있으며, PC통신·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되는 온라인게임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맡고 있다.
공진협 새영상물 심의위원회가 심의대상으로 삼는 PC게임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off-line)상태에서 한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비음성정보전문위원회의 심의대상은 통신상에서 반드시 온라인(on-line)상태로 하는 게임을 말한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출시된 PC게임들은 오프라인상태에서 한사람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싱글플레이」와 모뎀·시리얼케이블·인터넷을 이용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지원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멀티플레이어 지원기능이 포함된 PC게임은 통상 게임개발사가 콘텐츠제공자(CP)형태로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과 구분하기 위해 「네트워크게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온라인게임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타크래프트」 역시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상태에서 할 수 있는 PC게임이지만, 이 게임의 개발사가 인터넷을 통해 지원하는 「배틀넷(Battle net)」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사용자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온라인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심의제도로 보면 이 게임에 대해 공진협과 정보통신윤리위 모두 심의할 수 있게 된다. 즉 오프라인 플레이를 중심으로 보면 공진협의 심의대상이 되고,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중심으로 보면 정보통신윤리위의 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심의결과가 동일하거나 큰 차이가 없다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이번 사태처럼 이미 「연불」등급 판정이 난 PC게임이 온라인상에서는 「청소년 이용가」 식의 판정이 나올 경우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공진협과 정보통신윤리위의 심의시스템이 달라 현재의 심의제도가 지속될 경우 제2·제3의 「기형적」 판정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게임물에 대해 공진협은 사전심의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사후심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 공진협은 PC게임에 대해 「연소자관람가(연가)」 「중학생(12세이상)관람가」 「고등학생(15세이상)관람가」 「연소자(18세미만)관람불가」 등 4등급 체제를 유지하는 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적합」 「부적합」 「보완」 등 3가지의 체제로 온라인게임물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한다.
또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이 유통되는 환경이 달라 공진협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준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심의성향 역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이원화돼 있는 게임 심의체제에서 양 기관이 상반된 심의결과를 내놓을 경우 해결방법은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정(청소년보호법 제11조)에 맡기거나 행정소송을 통하는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이같은 문제는 근본적으로 심의제도나 기관을 일원화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문화부는 5월 발효될 예정인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에 「통신을 이용한 게임」도 포함시켜 새로 구성될 「영상물등급위원회(가칭)」에서 심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윤리위측은 『온라인게임은 통신환경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하나이며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다고 주장하며 문화부의 시도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신동률 심의팀장은 『과연 공진협 또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현행 시스템으로 통신상에 올라오는 무수한 정보를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 있겠는가』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비쳤다.
문화부와 정통부가 게임산업 육성 경쟁을 벌이는 것도 심의 관할권 일원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상이한 심의판정으로 야기된 논란은 기술·시대변화 추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현행 게임물 심의제도의 허점을 노출시킴과 동시에 정부의 의지대로 게임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