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의과학연구센터
「인공관절에서부터 600만불의 사나이까지.」
지난 93년 9월 설립돼 임상의학과 공학, 자연과학간의 접목을 통한 의과학 분야의 종합적인 연구센터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과학연구센터의 연구 분야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박사급 14명을 포함, 총 4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크게 만성질환 및 뇌기능 연구, 신 약물 전달체계 연구, 생체역학 연구, 생체조직공학 연구 등으로 나뉜다. 특히 생체역학 연구 분야에서는 골절치료, 골교정 및 골연신을 위한 역동화 기능을 가진 체외 고정기기, 한국인 체형에 적합한 인공 고관절 및 인공 무릎관절, 고정력 및 충격시 안정성이 향상된 인공치아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센터는 이밖에 고기능 생체 친화성 신소재를 개발중이며 한국인 체형에 적합한 의료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개발 성과를 보면 최귀원 박사팀은 지난 96년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골절 치료용 교정기기를 개발, 한 의료기기업체를 통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기는 또 다리뼈에 부착해 뼈가 재생할 때까지 설치, 안짱다리 등을 바로 잡아주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최 박사는 설명했다.
정서영·권익찬 박사팀은 지난해 오줌이나 혈액·고름 등을 몸 밖으로 빼내는데 쓰는 카테터의 감염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요도용 카테터 표면처리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카테터 표면에 얇은 고분자막을 입히고 그 안에 알약 하나의 40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미량의 항생제를 넣어 서서히 항생제가 방출되도록 한 것으로 기존의 카테터를 5일동안 몸 속에 집어넣고 있을 때 나타나던 100%의 감염률이 16.7%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센터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은 2000년대 유망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인공장기 중 하나인 「인공관절」 기술. 인공관절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서울의대 정형외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연세대, 포항공대 등에서 국산화를 시도했으나 전부 시제품 제작단계에서 끝난 바 있는 고도의 기술이다. 금속 가공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 개발로 파급효과가 크고, 국민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인공관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 97년부터 인공 고관절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거쳐 세포 독성이 없고 기계적 성질이 우수한 티타늄계 인체 주입금속 개발에 착수한 이 센터는 티타늄 합금의 일반적인 제조공정, 열처리, 표면처리, 내부식처리, 실험실적 내부식성 평가기법 등을 개발하고 현재 상품화 완료 단계에 있다.
상품화가 완료되면 연간 국내 소요량이 약 8만개(약 400억원)인 인공 고관절의 수입 대체는 물론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30억달러 규모인 세계시장에 대량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관절」이 오늘날 KIST 의과학연구센터를 있게 해줬다면 이 센터를 대표할 차세대 기술은 「로봇」이다. 이 센터는 차세대 기술개발 사업으로 전자부품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생체신호를 이용한 로봇 구동 및 제어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스스로 느끼고 움직일 수 있도록 생체신호의 변환·처리를 통해 생체용 로봇을 구동·제어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TV를 통해 봤던 「600만불의 사나이」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 필요한 요소기술은 생체신호 계측·변환처리·해석 등 생체신호 기술분야와 메커니즘 및 기구설계·센서·소재 개발 등 기술 분야, 제어회로설계·실시간 데이터 처리·제어 알고리듬 등 제어기술 분야, 액추에이터(Actuator)·액추에이터 구동 회로·휴대형 배터리 등 액추에이터 및 전원장치 기술분야 등이다. 최귀원 박사팀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구동 메커니즘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방대한 기술적 파급효과는 물론 장애인의 사회 참여 증가를 통한 복지사회 구현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관련 기술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예상되고 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