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구조조정과 관련, 유리벌브업체인 한국전기초자의 진로는 어떻게 되는가. 최근 대우통신이 대우정밀 등 자동차부품계열사 3개사를 합병키로 한 내용을 발표함으로써 한국전기초자의 운명이 매우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2월초 그룹은 구조조정계획에서 한국전기초자를 대우정밀에 흡수합병하는 것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전기초자 측은 대우정밀과 합병에 대비한 준비를 해왔으나 이번 대우통신의 대우정밀 합병건으로 원점으로 회귀했다.
더구나 한국전기초자의 진로는 대우전자의 빅딜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에 빠져 있다.
최근 정부 측이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맞출 것을 5대 재벌에 요구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기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우 입장을 감안, 한국전기초자의 진로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일각에선 한국전기초자의 「외자유치설」이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외자유치는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한국전기초자의 회사 규모가 수천만달러 내외의 외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그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외자유치보다 「매각설」이 더 신빙성 있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매각은 계열사를 효과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 주주인 오리온전기의 경영상황도 호전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전기 측도 『계열관계를 유지, 부품구매선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현재 정부 방침대로 부채비율 200% 이내를 맞추기 위해 내심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 가능성을 보면서도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기초자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대우정밀의 흡수합병건은 백지화되고 독자경영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영실적으로 미뤄 한국전기초자는 일단 자생력 있는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 판단, 합병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기초자는 지난해 4842억원의 매출에 305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했으며 올해도 6000억원의 매출에 300억원의 경상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상환하는 노력으로 부채비율 200% 이내로 맞추도록 한 정부의 요구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점도 홀로서기를 가능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전기초자를 대우정밀로 흡수합병키로 한 구조조정계획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한국전기초자 측은 장기적으로 자동차관련부품사업까지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오히려 두 회사의 합병은 전자유리벌브와 자동차유리 사이에 유사성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실익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우통신의 대우정밀 합병건은 이 점을 반영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한국전기초자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그룹계열에서 분리, 독립경영하는 편이 오히려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주거래선이 대우의 오리온전기가 아니라 LG전자로 영업면에서 홀로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우 측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우전자의 빅딜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한국전기초자를 포함한 전자부품계열사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오히려 정답일 수 있다』면서 『한국전기초자의 홀로서기도 대우전자의 빅딜이 결정된 이후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