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간 8주년> 전자신문 일간 8주년에 부쳐

 신문의 가짓수는 많으나 특색이 없다는 평가는 한국 신문의 특징을 가장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양적으로는 여러 종류의 신문이 있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신문이 그 신문이라는 의미다.

 신문의 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기초적인 잣대는 고급지와 권위지의 구분이다. 그런데 이같은 구분조차도 우리 신문계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이같은 평가는 굳이 언론학을 전공하는 학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조차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기초적인 구분조차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전자신문」은 전문지로서 그 뿌리를 굳게 내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사실이다.

 사실 우리나라 신문중에서 가장 변별력 있는 신문을 들라면 「전자신문」이라는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신문하면 종합지를 연상하고 이 때문에 한때 적자를 각오하고서라도 종합지 창간 붐이 일었던 것도 이 같은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믿는다.

 따라서 독자를 일반대중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 범위를 처음부터 한정한 독자로 시작했던 전자신문이 우리나라 신문계에 던진 충격은 크다 하겠다.

 전자신문의 범위를 규정하자면 경제전문지이고 경제전문지 가운데서도 전자정보통신 영역을 담당하는 고품위 전문지다. 따라서 전자정보통신업계에는 다른 어떤 신문보다 영향력을 크게 발휘한다는 것이 신문계 내외의 평가다.

 더욱이 전자신문이 우리나라 신문풍토에서 보기 드물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신문이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언론의 독립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하다.

 신문이 경영상으로 어려우면 외부의 영향, 특히 광고주의 영향을 받기 쉽다. 이 경우 기자는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자유 못지 않게 신문 경영상의 독립은 중요한 명제다. 바로 전자신문이 경영상의 독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전문지로서 명실상부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언론의 발전단계 특히 신문의 발전단계는 서구의 경우 18∼19세기 비싼 구독료와 높은 문맹률 등으로 소수 계층만이 신문을 구독하는 「엘리트단계」를 거쳐 20세기 초부터는 저렴한 구독료와 낮은 문맹률 등으로 모든 사람이 신문을 구독하는 「대중지단계」로 이행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대중지시대」가 점차 쇠퇴하고 그 뒤를 「전문지시대」가 담당하고 있다. 「전문지시대」는 소수의 대형 신문이 점차 독자를 잃으면서 그 독자 공간을 자신들의 관심영역을 집중적으로 취재 보도하는 전문지가 담당한다.

 구미의 경우 오랜 역사를 지닌 신문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그 대신 각종 전문신문, 전문잡지 등이 창간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시대의 변화를 웅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구가 대도시에서 대도시 주변으로 이동함에 따라 기존의 대도시 신문, 즉 「뉴욕타임스」 「시카고트리뷴」 「LA타임스」가 독자층을 점차 잃으면서 지역신문(서버번 페이퍼)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대도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벌어지는 뉴스나 도시의 메트로폴리츠에서 진행되는 뉴스보다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이웃 뉴스에 관심이 많아서다. 이 역시 독자의 세분화, 전문화가 이루어진 결과다.

 이처럼 오늘날 신문의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고 있다. 전자신문은 크게 바뀌고 있는 신문 패러다임을 가장 발빠르게 추종하고 있는 신문이다. 따라서 전자신문이 앞으로도 이 패러다임에 충실한 신문으로 거듭 발전한다면 한국신문사에 있어서 중요한 좌표를 세울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발전에 안주하지 말고 전자신문의 구성원은 더욱 정진하여 한국신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