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간 8주년> 달라지는 기업 인사문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기 위한 전자업계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신지식인」 「글로벌 스탠더드」 등 과거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용어가 봇물터지듯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국내기업들로 하여금 과거의 경영방식에 안주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국내 전자업체들도 새로운 천년에 살아남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구조 조정과 함께 성과주의 도입 등 의식개혁을 통한 새로운 기업문화 정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인사문화의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로운 천년의 기업경쟁력은 기업종사자들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와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적극성, 그리고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삼성·LG·대우·현대 등 국내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굴지의 기업들이 올들어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이같은 새로운 기업문화에 「정보화」라는 개념을 접목시키면서 특이한 인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IMF라는 경제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축소하고 있지만 정보통신업계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오히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업체들마다 사세과시용으로 내세웠던 공채방식이 사라지고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방법에 의해 선발하는 새로운 채용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 공채·신입 위주의 채용방식이 한국IBM·한국휴렛팩커드 등 다국적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상시·경력 위주의 채용방식으로 급격히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공개채용 박람회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우후죽순격으로 늘고 있는 벤처기업들에는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있다.

 또 헤드헌터들을 이용한 고급인력의 확보도 정보통신분야에서는 보편화되고 있다. 최적의 인물을 발굴, 필요한 곳에 연결하는 헤드헌터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지사장이나 주요 간부를 확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채용뿐 아니라 승진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사원에서 대리까지 3년, 과장에서 부장까지 7년 등 연공서열식 승진제도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성과에 의해 승진하는 발탁제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입사 1년 만에 대리로 승진하고 이사대우에서 1년 만에 곧바로 상무로 승진하는 등의 발탁인사로 인해 이제 30대 이사, 40대 사장 등이 보편화되고 있다.

 또 평생직장의 개념이 연봉제 도입으로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으며 이와 함께 병행되는 성과급제는 직급별로 차이가 나던 임금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연봉제는 외국기업과는 달리 과거 임금을 기준으로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놓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형태다.

 삼성 및 LG 그룹 전자계열사들이 올해부터 이같은 연봉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으며 삼성SDS는 아예 미국처럼 개인별 실적에 따라 임금이 연동되는 완전한 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일정 직급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것은 더 이상 바랄 수 없게 됐으며 부하직원 중에서도 먼저 승진하고 월급도 많은 경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개인별 연봉을 대외비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기업인사 문화의 핵심인 발탁인사·연봉제·성과급제 등은 보상을 차별화, 직원들의 능력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경영전략의 핵심인 셈이다.

 새로운 세기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이같은 인사문화의 혁신은 직원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유능한 인력을 확보해 이를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재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원수가 4만여명에 이르는 삼성전자는 아예 경영성과에 기여하는 기업교육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교육부문에 대한 구조개혁에 착수해 2만여명의 임원과 간부들에 대해 직급별·기능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사업구조 조정에 따른 인력의 직무전환 및 재배치에 필요한 재교육을 비롯해 해외법인장·주재원·현지인 간부 등에 대해서는 특수교육을 실시, 국제화에 대비한 국제화 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LG전자 같은 경우는 본사 및 각 사업장을 교육기관과 네트워크로 연계한 영상강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근무와 함께 학위도 수여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창의력이 풍부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국제적인 소양을 갖추고 타인과 협조할 줄 아는 사람」. 어느 기업에서 지향하는 21세기 인재상이다.

 21세기는 예측불허의 시대며 끊임없는 혁신만이 이같은 불안정시대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은 이에 걸맞은 인재양성에 온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양승욱기자 swyang@ww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