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간 8주년> 삼성 이건희 회장

 87년 11월 19일 타계한 고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88년 3월 삼성의 제2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건희 회장(58)은 12년째 삼성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경영능력 못지 않게 독특한 취미와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하다.

 이같은 성격은 그의 성장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42년 대구에서 이병철 선대 회장의 7남매 중 6번째로 태어난 이 회장은 잦은 전학과 홀로 생활로 여럿이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인 시간이 많았다. 때문에 그는 혼자 감상하는 것을 늘 즐겼고 거기에 집착하는 경향을 환경적으로 터득한 셈이다. 심지어 보통 3∼4명이 어울리는 골프도 혼자 라운딩하는 것을 더 좋아할 정도다.

 그래서 이 회장의 취미는 단순 취미 이상의 현상으로 자주 나타나곤 한다. 미국 LPGA에서 코리안드림을 실현한 박세리와 할리우드가 낳은 세계적인 대작 「타이타닉」을 능가하는 영화 「쉬리」의 탄생은 이 회장의 골수 취미가 낳은 새로운 「삼성신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와 비디오(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이 회장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집념이 삼성물산을 통해 한국 스포츠 마케팅의 신기원을 이룩했고 삼성영상사업단을 통해선 「쉬리」 열풍을 몰고오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87년 당시까지만 해도 「삼성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고 이병철 회장이 타계, 위기를 맞았던 삼성그룹이 만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대와 함께 국내 최대 재벌그룹 중 하나로 명성이 전혀 식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 회장의 집념과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또 「관리」와 「효율」을 선호하는 이병철 회장과는 달리 「비전」과 「가능성」, 「개방」과 「자율」을 중시하는 이 회장 특유의 성격이 크게 기여했다.

 88년 3월 삼성 창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창업을 선언하며 이 회장이 발표한 「21세기 초일류기업 달성」이라는 21세기를 향한 삼성의 새로운 비전은 바로 「이병철식 삼성」이 「이건희식 삼성」으로 바뀌는 상징적인 의미라 할 수 있다. 이후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가는 안전 위주의 사업전략을 탈피, 비전과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도전정신이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의 새로운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87년 삼성종합기술원을 개원, 전자·통신·반도체·광·고분자·유전공학·항공우주산업에 이르는 첨단분야를 주력으로 육성함으로써 현재 메모리반도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시스템 및 단말기,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 세계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많은 초일류 상품을 만드는 「기술 삼성」으로 자리매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