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간 8주년> 전자정보통신 5대 그룹.. 현대

 지난해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간 정주영 명예회장의 「보은의 소」 행렬은 국민 모두에게 진한 감동과 함께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희망을 더욱 밝게 해준 바 있다. 이 한 사례에서 보듯 현대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번득이는 지혜와 뚝심을 바탕으로 세계속 굴지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금강산 관광길 개척은 단순한 남북간 교류가 아닌 미래 통일조국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현대」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처럼 현대는 정부마저도 감히 추진하지 못하는 일들을 진취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여 성사시키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현대의 인사문화도 이같은 기업특성과 일맥 상통하고 있다.

 현대는 사장 인사든 임직원 인사든 모두 이사회 중심으로 이뤄진다. 기업경영의 무게중심을 이사회로 넘겨 진취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지식을 소유한 전문경영인 위주의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였던 운영위원회 및 사장단 회의도 폐지하고 대신 기업경영의 중심을 그룹에서 개별기업의 이사회로 옮겨 분권화된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이같은 취지에 따라 대졸 신입사원의 그룹공채도 각사별 채용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

 현대는 지난해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상장사 전체에 사외이사 및 사외감사를 선임했으며, 종합기획실을 폐지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경영전략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이사회 중심의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경영·경제·법률 및 관련기술에 관해 전문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외이사와 사외감사도 선임했다. 이사회를 실질적인 의결기구로 강화, 경영 주체기관으로 경영방침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특히 각 계열사의 사장 선임은 현재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업종별 소그룹 단위로 이뤄지며, 다만 명예회장이나 회장들간 사장선임에 대해 의견을 모아 이를 이사회에 올려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인력교육도 「인재개발원」이 현대경제연구원으로 통합, 각사의 위탁을 받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임원교육은 연초 핫이슈를 찾아 제시하는 교육위주로 진행되며 임직원의 세계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현대 계열사 가운데 현대전자는 최초로 억대 연봉이 가능하도록 한 파격적인 연봉제를 도입했고 우수인력 양성제도인 「TOP 100」제도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계열사들은 현대전자의 이같은 연봉제 도입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 연봉제는 성과없는 사람이 가져가야 할 몫을 성과가 높은 사람에게 주는 제로섬(ZeroSum) 방식이 아닌 모든 대상자에게 기본적인 임금수준을 보장하면서 추가로 재원을 확보해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플러스섬(PlusSum) 방식이다. 때문에 직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은 것은 당연하다.

 TOP 100제도는 신라의 화랑도에서 착안한 것이다. 쉽게 말해 우수 직원을 6개월마다 직급당 100명씩 모두 500명을 선발, 회사발전을 선도하는 엘리트로서의 명예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연봉제 등 능력주의 인사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에 맞춰 자질과 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개인의 자기계발 및 업적향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LG반도체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현대전자는 이같은 인사제도를 합병후 LG측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LG측 우수인력에 대해서는 고용보장뿐만 아니라 상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리프레시 스칼라(Refresh Scholar)제도도 마련, 전문적인 우수 연구인력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전문지식 습득과 새로운 아이디어 모색, 재충전의 욕구충족을 위해 국내외 대학, 기업체 및 정부연구소 등에 일정기간 파견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