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생산업체들이 유럽 표준 디지털 이동전화인 GSM 단말기 분야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집중 육성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해외 GSM 칩세트 공급업체들의 공급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I·VLSI·루슨트 등 그동안 방관자적 입장을 견지해온 해외 GSM 칩세트 공급업체들은 최근 GSM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국내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칩세트 공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GSM 칩세트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국내 표준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동전화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GSM 단말기 사업에 속속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 단말기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GSM 휴대폰 100만달러 어치를 유럽지역에 수출한 데 이어 올해까지 모두 2억달러 규모로 수출 물량을 확대키로 했으며, 맥슨전자는 GSM단말기 사업을 크게 강화해 올해 40만대 가량을 수출할 계획이다. 또 팬택·대우통신 등도 지난해 GSM 단말기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첫번째 GSM 휴대폰 모델인 SGH-600 개발부터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왔던 VLSI는 최근 삼성전자와 총 3400만달러 어치의 GSM칩세트 대량 공급 계약을 체결, 기세를 올렸다.
VLSI 측은 이번에 공급키로 한 칩세트는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출시하기 시작한 SGH-800, SGH-2100에 채용되며 향후 삼성전자의 GSM 차세대 모델도 VLSI의 「OneC」 GSM솔루션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키아사의 국내 생산법인인 티엠씨 측에 GSM 칩세트를 대량 공급중인 TI코리아도 최근들어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업체들이 GSM 단말기 생산까지 확대하자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TI는 세계 최대의 GSM 단말기 생산업체인 노키아사에 지속적으로 GSM 칩세트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보다 철저한 기술지원을 내세워 국내업체들에 파고 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TI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모 업체와 차세대 GSM모델 개발과 관련,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앞으로 GSM분야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SM시장을 두고 TI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말 발표한 GSM 휴대폰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루슨트가 출시한 GSM 플랫폼은 GSM 단말기를 명함 크기까지 축소할 수 있게 했으며 배터리 대기시간을 500시간까지 연장하고 3가지 주파수 대역에서 모두 작동 가능한 다중대역 지원기능을 갖췄다.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이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GSM 휴대폰 제조회사들은 유럽의 까다로운 FTA 승인을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어 GSM분야에 경험이 없는 국내업체들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라고 주장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