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도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한 실리콘게르마늄(SiGe)반도체 분야에 국내 한 벤처업체가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연구원들이 연구원 창업자금을 받아 지난해 말 설립한 에이에스비(대표 염병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염병렬 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시절인 지난 90년부터 지금까지 9년 가까이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를 연구해 오면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지난 96년 2.3㎓대역에서 작동하는 실리콘게르마늄 소재의 전압제어발진기(VCO)를 독자 개발하기도 했으며 해외 선진업체들이 잇따라 이 분야 사업을 강화하면서 에이에스비도 연구결과를 사업화하기로 하고 창업에 나섰다.
실리콘게르마늄반도체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고주파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갈륨비소 반도체와 비교해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제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게르마늄반도체는 현재의 반도체 공정 대부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갈륨비소 반도체 웨이퍼에 비해 가격도 10분의1 수준이어서 칩 제조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갈륨비소 반도체와 거의 비슷한 고주파 대역 신호처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를 하나의 다이에 집적할 수 있어 향후 시스템 온칩을 구현하는데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이에스비의 염 사장은 『국내업체들이 갈륨비소 반도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이미 성숙한 시장에 뒤늦게 참여했기 때문』이라며 『실리콘게르마늄반도체는 선진업체와 기술격차가 크지 않고 최근에서야 상용화되기 시작됐다는 점에서 국내업체들의 선전이 예상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현재 실리콘게르마늄반도체를 상용화했거나 투자하고 있는 회사는 IBM·NEC·히타치·테믹·SiGe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소수 업체에 불과하나 하반기부터 퀄컴·DSPC·맥심 등 많은 업체에서 실리콘게르마늄반도체를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에이에스비의 장점은 다른 업체와 달리 1.0미크론의 노후한 공정을 이용하고 저비용 증착공정을 거치면서도 선진업체들과 동등한 제품사양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물론 원천기술도 확보돼 있는 상태다.
에이에스비는 올해부터 정보통신부 국책과제로 대우전자와 함께 IMT 2000, 단거리통신(DSRC)용 원칩 RF IC를 개발할 예정이다. 오는 2001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이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가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국내 고주파처리 IC분야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ETRI는 실리콘게르마늄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셀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등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리콘게르마늄반도체 기반기술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