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틀거리는 부산 전자상가 (2);상권 포화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다. 그러면서도 지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상가다운 면모를 갖춘 전자전문상가가 전혀 없었다. 가전업체와 일부 컴퓨터업체의 대리점들이 전자제품 판매를 맡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91년 율곡컴퓨터상가와 한창정보타운(구 연산컴퓨터도매상가)이 개장하면서 부산에서도 본격적인 전자전문 상가시대를 열게 됐다. 이어 94년 가야컴퓨터상가, 97년 10월 마트월드, 98년 5월 인포, 99년 2월 르네시떼 등 컴퓨터와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전자상가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지금 부산은 다른 어느 지역에 못지않게 치열한 고객쟁탈전이 벌어지는 곳이 됐다. 지금도 몇몇 상가가 1∼2년 후를 목표로 한창 공사중이다.

 부산은 인구 400만을 비롯, 인근의 마산·울산·김해·창원까지 상권에 포함시키면 시장인구가 500만∼600만에 달하고 중산층이 두터운 거대상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난 80년대 말 기반산업이던 섬유 신발산업이 무너지고 IMF 이후 경기불황에 따른 일반 가계의 여유자금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에 비해 상가 수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는 현재 전체 인구가 1000만명을 넘고 생활수준도 다른 지역의 평균 이상이면서 상가는 10개밖에 되지 않는다. 「파이」는 작은데 나눠 먹어야 할 사람들이 많은 것과 다르지 않다.

 상가가 이렇게 많이 생기다보니 나타나는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각 상가가 꽉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빈 매장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의 상권규모나 업체 수에 비해 너무 많은 매장이 일시에 공급되면서 신흥 전자상가는 물론 기존 전자상가도 많게는 50%, 적게는 20% 정도의 매장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전문상가는 밀집해 있어야 많은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것이 집단상가의 장점이다. 고객들이 집단상가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특정품목에 관한 모든 것을 한 상가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부산의 상가는 용산전자상가처럼 밀집돼 있지도 않으면서 동일한 고객을 겨냥해 특정지역에 너무 많은 상가들이 포진해 있는 양상이다. 이로써 상가들의 고객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창정보타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부산전자상가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서울의 용산처럼 한군데에 모으는 게 가장 좋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만큼 부산 전자상가관리업체나 상우회가 수시로 모여 공동으로 상가활성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