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운용체계(OS)로만 알려진 리눅스가 데스크톱에서 슈퍼컴퓨터·휴대형단말기 등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전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통합형 OS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눅스의 잠재적인 가능성은 93년 이후 전세계를 몰아쳤던 인터넷에 필적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리눅스가 어느 특정 기업에 독점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전세계에 산재한 수천명의 개발자들이 동시에 개발한 완전 공개된 컴퓨터 OS라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때문에 리눅스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특정 기업이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해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이 더 우수한 기술 및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거나 기술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기존 컴퓨터산업의 구조를 뿌리째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전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리눅스 자체는 무료이고 리눅스 자체만으로는 수익성이 크지 않다. 리눅스를 CD에 담아 판매하는 레드햇이나 SuSe 같은 기업에서도 20만원 가까이 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나 수백만원대의 유닉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1만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사실상 수익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전세계 컴퓨터업계가 리눅스 지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오히려 무료이고 공개라는 배경이 더욱 큰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리눅스 개발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기업에서 리눅스를 이용한 서비스를 부가적 차원에서 개발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리눅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리눅스 개발에 지금이라도 적극 나선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리눅스 비즈니스를 위한 가장 큰 선결과제로 한글화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 리눅스 비즈니스에서 내놓고 있는 알짜 리눅스가 OS차원에서의 한글 지원을 구현했지만 아직 그밖의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한글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극히 드물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로는 다행히도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을 X윈도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애플리케이션들은 거의 개발이 안된 상태다. 따라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리눅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제품들을 한글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한글화의 문제는 데스크톱 OS로서의 리눅스의 정착이라는 과제와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도 PC를 이용한 인터넷 웹서버 구축을 중심으로 몇몇 업체들이 뛰어들고는 있지만 아직 데스크톱 시장에 대한 대응은 늦다는 지적이다. 이미 리처드 스톨먼이나 리누스 토발즈 같은 리눅스의 선각자들은 리눅스의 데스크톱 OS로서의 이용이 올해부터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윈도와 비슷한 데스크톱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환경을 제공하는 그놈(GNOME)을 비롯해 사용자가 쉽게 리눅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리눅스 개발자들이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데스크톱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솔루션이나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외산 업체들에 점령되다시피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릴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슈퍼컴퓨터 분야도 국내 기업들이 충분히 뛰어들 수 있는 분야다. IBM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 메인프레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슈퍼컴퓨터 시장은 국내에서는 엄두를 내기도 힘들었던 분야다. 하지만 리눅스를 이용해 PC나 워크스테이션을 클러스터링하면 충분히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발휘하는 병렬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공개라는 리눅스의 장점대로 이를 위한 기술도 인터넷에 모두 공개돼 있다.
이미 이웃 일본만 해도 기업의 지원으로 대학생들이 클러스터링을 이용한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경진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너무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슈퍼컴퓨터라고 해도 기술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충분히 뛰어들 만하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무엇보다도 인재양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까지 국내의 리눅스 전문가들은 소기업이나 학생들을 중심으로 포진돼 있다. 더욱이 리눅스 커널을 다룰 수 있는 고급 리눅서들은 손에 꼽을 정도.
따라서 기업이나 컴퓨터 교육기관, 학교 등을 중심으로 리눅스에 대한 교육을 활성화시켜 리눅스 전문가를 빨리 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