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리눅스를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 어느 잡지에서 덤으로 나온 슬랙웨어 리눅스를 통해서였다. 그때는 설치하는 데 무려 한달 가까이 걸렸지만 지금은 최신 컴퓨터에서 10분이면 뚝딱 해치울 수 있으니 세월의 변화무쌍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만 해도 리눅스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증가하는 속도는 대단히 빨랐으며, 막 시장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던 윈도95의 틈바구니에서 제 자리를 찾아나가던 시기였다. 그후 해마다 2배 가까운 신장률을 보이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넷스케이프의 리눅스 모델을 참고한 소스공개 사건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정보기술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다.
작년에는 오라클을 비롯, 대형 응용프로그램 업체들의 리눅스 지원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서버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벤더들의 리눅스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가히 「리눅스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듯 싶다. 이들 업체가 리눅스를 지원하는 것은 리눅스의 성공 가능성 때문인가, 아니면 단순히 리눅스가 「뜬다」는 이유 때문인가. 거품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리눅스는 라이선스 문제와 기능면 그리고 코드의 재사용 측면에서 숨통을 터주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리눅스의 소스가 공개되어 있어 누구에게나 혜택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오픈 소스」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리눅스 기반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가 늘고 있고, 리눅스를 지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윈도NT 기반에서 지원되는 수많은 응용프로그램들도 머지않아 리눅스용으로 대부분 이식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리눅스 시장의 본격 형성을 위해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첫번째가 리눅스 전문가의 부족 문제다. 리눅스 기술자들은 주로 학교에서 리눅스를 연구하던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만 현업에서의 수요를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리눅스 기술자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리눅스 전문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리눅스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전문가 인증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리눅스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리눅스 기술발전의 공헌은 리눅스 공동체라고 불리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 1차적으로 이루어져왔지만 레드햇 소프트웨어나 칼데라사와 같은 리눅스 전문 벤처기업의 R&D가 리눅스 사용자의 저변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리눅스 전문업체에서 R&D를 제대로 하기에는 투자문제와 연구인력의 확보 측면에서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해당 기업과 전문가 집단 그리고 외부지원그룹간의 공동보조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리눅스를 지원하는 다양한 개인용 프로그램과 사무용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가지 언급할 점은 리눅스가 개방 운용체계라고 해서 응용프로그램까지 개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자사 프로그램을 리눅스용으로 이식하면 시장을 더욱 넓힐 수도 있고 해당 분야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리눅스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한 나라의 국력은 정보통신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라별로 해당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리눅스는 방대한 전산 구축비용을 절감하는 이점도 있지만 개방 운용체계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정보기술 부문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리눅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 것은 인터넷 때문이었지만 이제 그 몫은 투자하는 이들의 것이고 혜택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동훈 리눅스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