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는 새로운 우상들을 만들어냈다. 리눅스의 아버지 리누스 토발즈, 자유소프트웨어연합을 이끄는 리처드 스톨먼 교수, 리눅스로 슈퍼컴퓨터를 만든 도널드 베커와 토머스 스톨링. 이들은 모두 리눅스 영웅신화의 주인공들이다.
『당신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존재를 규정한다.』 리누스 토발즈가 즐겨 인용하는 말이다. 어느 철학자의 경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팝의 여왕 마돈나의 노래 가사다.
8년 전 리눅스을 개발할 때 리누스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리눅스 덕분에 영원불멸의 이름으로 남게 될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다니는 수줍음 많은 청년이었다. 소음을 지독히 싫어하는 성격 탓에 틈만 나면 공상과학소설과 추리소설에 빠져 지냈다. 통계학 교수이던 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가 헬싱키 대학에 진학한 리누스는 대학시절 이른바 「워너비 해커」였다. 해커가 되기를 간절히 열망하는 학생이었다는 뜻.
그는 386 PC에서 돌아가는 유닉스로 자신이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임을 입증하고 싶어했다. 유닉스는 리누스가 태어나던 해인 1969년 AT&T 벨연구소가 만든 운용체계. 인터넷에 공개한 리눅스가 세계 곳곳의 프로그래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그는 누구보다도 놀랐다.
요즘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트랜스메타에서 때로는 점심을 굶어가며 리눅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리눅스의 로고 「앉아 있는 펭귄」은 알고 보면 리누스의 작품. 배불리 먹고 포만감에 젖어 있는 펭귄처럼 그는 컴퓨터 유저들을 리눅스로 살찌우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GNU의 전도사, 카피라이트의 성자, 그리고 리눅스 게릴라 군단을 이끄는 지휘관. 리처드 스톨먼 교수의 별명이다. 스톨먼 교수는 리눅스 세계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84년 GNU 프로젝트와 자유소프트웨어연합을 창설했다. GNU(GNU is Not Unix) C 컴파일러를 개발하기도 했다.
스톨먼은 또 신화적인 해커 출신이며 이른바 테크니컬 위저즈 그룹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테크니컬 위저즈는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기술신으로 추앙받는 사람들. 그는 MIT 동료교수로 Lisp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자이며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고안해낸 존 매커시 교수의 절친한 벗이기도 하다.
요즘들어 스톨먼 교수는 『리눅스는 OS가 아니라 커널』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리눅스는 커널의 이름일 뿐 OS는 GNU라는 것을 강조한다. GNU 캠프에서는 리눅스가 뜨면서 GNU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톨먼은 한마디로 MIT의 괴짜 교수. 빗질도 하지 않은 덥수룩한 갈색 머리와 앙상한 다리 덕분에 그의 첫인상은 솔직히 호감이 가지 않는다. 신경질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톨먼은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다. 누구든지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복사해 나눠 줄 수 있고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카피 레프트」 정신에 관한 한 그에게 타협은 없다. GNU는 99.5%가 아니라 100% 무상 소프트웨어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GNU는 『유닉스와 닮았지만 유닉스와 전혀 다르다. GNU에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도널드 베커는 토머스 스털링과 함께 베어울프로 유명해진 인물. 베어울프란 8세기 초 고대영어로 쓰여진 서사시의 주인공을 가리키는 낭만적인 이름이다.
비영리단체인 대학우주연구협회 산하 리서치 센터(CESDIS)의 과학자인 그는 지난 94년 이더넷에 링크된 워크스테이션이 슈퍼컴퓨터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가 64채널의 펜티엄프로 머신으로 20 기가플롭스의 슈퍼컴퓨터를 만들어 그의 이론을 입증했다. 지금은 베어울프 클라스 머신이라고 이름 붙여진 슈퍼컴퓨터들이 핵원자로 연구와 지구의 날씨 측정, 은하계 지도 만들기 등의 학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도널드 베커는 베어울프 클라스 컴퓨터를 함께 연결하면 IBM SP2의 10배 이상 최대 20배까지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복음을 전파한 사람이다.
그밖에 레드햇의 보브 영과 칼데라 시스템스의 렌섬 러브 사장도 유명 인물. 데이터베이스 전문업체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도 리눅스의 후원자로 이름이 높다.
하지만 진짜 리눅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리눅스를 고치고 다듬기 위해 씨름하는 전세계의 이름 없는 프로그래머들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