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는다.」
최근 20, 30대 젊은 사장이 벤처창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정보통신 업계의 원로급인 50대들의 창업열기도 뜨겁다.
IMF체제에 따른 기업환경 변화로 일자리를 떠나게 된 정보통신업계 원로급 인사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펼칠 새로운 장으로 창업을 채택, 벤처기업을 통해 제2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세대 창업자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면 원로창업자는 오랜 경륜 속에 쌓은 기술노하우와 탄탄한 인맥이라는 무기를 내세우고 있어 오히려 실패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원로창업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전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인 유승삼씨, 전 성미전자 사장인 유태로씨와 부사장인 성태경씨, 전 한국실리콘그래픽스 부사장 안석규씨 등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성미전자를 떠난 성태경 부사장(57)은 최근 통신관련 연구개발 전문업체인 한국텔레시스를 설립,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성태경씨가 세아철강의 지원을 받아 자본금 10억원, 연구인원 20명으로 설립한 한국텔레시스는 무선통신 전문개발업체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미 모든 창립 절차를 끝마치고 군포에 생산공장까지 마련했다. 한국텔레시스는 이미 상용화된 시스템보다는 차세대 시스템 위주로 개발에 나서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승부할 생각이다.
성태경씨와 함께 성미전자를 이끌어 오다 지난해 12월 그만둔 유태로 전사장(58)도 올 초 유경텔레콤이라는 회사를 설립, 회장에 취임했다. 유 회장은 현재 그동안 전문으로 해온 통신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구체적인 사업을 구상중이다.
유승삼 전 마이크로소프트 사장(49)은 최근 벤처테크라는 컨설팅 전문업체를 설립하고 벤처창업 컨설팅 및 주요 벤처기업의 경영컨설팅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유 사장은 이와 관련, 현재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와 통신장비업체인 동아일렉콤에 대해 경영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별도로 벤처창업에 관한 책도 집필중이다.
전 한국실리콘그래픽스 부사장인 안석규씨(57)는 지난해 3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실리콘그래픽스를 그만두고 그해 5월 포프텍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설립,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포프텍은 현재 주파수공용통신(TRS)을 이용하고 있는 택시나 화물의 콜센터를 컴퓨터 기반으로 바꾸기 위한 자동배차시스템을 개발중인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안석규 사장은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기존 TRS보다 월등히 많은 5000대 이상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고 GPS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결해주는 속도도 빨라 어디에서든 5분내 도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지난해 말 한국케이던스 상무직을 그만두고 ED&C라는 CAD소프트웨어 공급회사를 설립한 조주경씨나 데이콤 이사 출신으로 아리누리라는 컨설팅업체를 설립한 이문호씨 등은 40대 후반으로 원로급은 아니지만 늦깎이 창업에 속하는 예다.
<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