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원판업체, 원자재 값은 오르고 납품가는 떨어지고 "이중고"

 세트업체의 인쇄회로기판(PCB) 구매단가 인하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PCB 주요 원부자재 값마저 들먹이고 있어 PCB 및 원판업체들의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제 유가가 상승추세를 보이자 페놀·종이·유리섬유·동박 등 각종 PCB용 원부자재의 국제 가격도 덩달아 상승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미 종이 및 유리섬유 업체들은 이달부터 공급단가를 최소 5%에서 최고 10% 정도 인상한다는 내용의 전문을 주요 PCB용 원판업체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동시세(런던금속거래소 기준)도 최근 들어 오름추세로 반전되고 있다.

 여기에다 중동 산유국의 석유 감산조치가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20달러선으로 치솟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페놀·유리섬유를 비롯한 각종 화학약품 값도 덩달아 인상될 것이라는 게 PCB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생산원가 중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동박·원판 산업 특성상 국제 유가 인상은 생산코스트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유가 인상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져 도금공정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생산공정을 지니고 있는 PCB업계에도 원가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각종 PCB용 원부자재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세트업체들은 제품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들어 PCB를 비롯한 각종 전자부품의 구매단가를 인하하는 데 주력, 국내 PCB업체들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PCB업체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값은 갈수록 인상되는 데 비해 PCB 납품단가는 3개월 단위로 떨어지고 있어 상당수 PCB업체들이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대외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납품단가가 낮은 일부 세트업체의 주문물량은 이미 국내 PCB업체 사이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