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경기 되살아날까

 최근들어 세계 반도체 산업 경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북미지역 반도체장비 BB율(수주액 대 출하액 비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북미 반도체장비산업의 BB율은 반도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 0.57까지 떨어진 후 10월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내 12월 0.96을 거쳐 올 1월엔 1.12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월엔 BB율이 1.17을 기록, 2개월 연속 1.0을 넘어서는 등 세계 반도체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반영했다.

 BB율 1.17은 제품 출하액 100달러당 주문액이 117달러를 기록했다는 의미로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요량이 생산량을 초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세계 반도체업계의 설비 투자 움직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처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장비 BB율을 전체 반도체 산업경기의 회복을 알리는 선행 지표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들어 반도체 분야 기술이 회로선폭 0.25미크론에서 0.18미크론 이하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이에 대응하는 고성능 장비의 신규 및 대체구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최근 두드러진 장비 BB율의 상승은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비 BB율은 1∼2년 후 반도체시장을 내다본 관련장비의 선투자일뿐 실제 반도체 경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BB율로 당장의 반도체 경기를 점치기는 힘들다는 해석이다.

 또한 현재 발표되는 반도체장비 BB율은 기본적으로 북미지역에 한정된 경기지표라는 것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세계 주요 반도체 소자 및 장비업체들이 미주 지역에 대거 포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을 포함해 일본·유럽 등 주요 업체들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BB율엔 수요업체들이 낸 예상 주문액이 반영되지만 실제로 수요업체가 구입하는 분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BB율 측정 방법상의 한계다.

 따라서 북미지역 반도체 장비 BB율의 상승만을 가지고 섣불리 전체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 점치거나 국내 장비시장의 활황을 예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결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비에 대한 투자도 현재의 경기전망을 고려해 실행한다는 점에서 장비 BB율이 전체 반도체 경기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BB율이 지닌 지역적, 측정방법상의 한계를 고려하면 국내업체가 이를 너무 과신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