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틀거리는 부산 전자상가 (3);임대주와의 갈등

 부산 전자상가는 매장운영 형태에 따라 임대상가와 분양상가로 구분할 수 있다.

 한창정보타운·가야컴퓨터상가·율곡컴퓨터상가는 임대매장형태이며 최근에 들어선 인포·마트월드·르네시떼 등 신흥상가는 분양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장운영에서 분양이 좋은지 아니면 임대가 좋은지 명확하게 판정할 수는 없다. 두 가지 방식이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상가든 분양상가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상가로서 이미지를 높이고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상가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임대(분양)주와 입점업체들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부산전자상가에서는 바로 이것이 문제다. 임대주(분양업체)와 입점상인의 갈등이 각 상가에서 표출되고 있다. 한창정보타운의 경우 지난 97년 신축상가 분양팀들이 입점상인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집단유치 활동에 나서면서 임대주인 한창과 입점상인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한창정보타운 입주매장들이 집단이전을 전제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한성기린프라자·시티프라자·세원백화점·영남유지 등 다른 상가로 집단이전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창정보타운 매장은 한창과 불편한 관계는 물론 그동안 그곳에서 상권개발에 노력해온 상인들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야컴퓨터도매상가도 예외가 아니다. 임대주와 입점상인들 사이에 시설비 반환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94년 가야컴퓨터상가가 조성될 때 입점상인들은 전세보증금을 적게 내는 대신 시설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입주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일부 입점상인들이 상우회의 묵시적인 동조를 받으면서 임대주인 동아종합시장을 대상으로 시설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원에 계류중이다.

 이 문제로 인해 가야컴퓨터상가의 임대주와 상인간 불신의 골이 깊다.

 신흥상가도 분양업체와 상인간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지난 97년 10월 마트월드 3층에 문을 연 가전컴퓨터상가의 경우 현재 1, 2층 공구상가가 비어 있고 3층에도 아직 빈 매장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입점을 완료한 상인들은 분양업체인 포스코개발을 상대로 상가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이 회사로부터 1년거치 6개월 분할상환조건으로 받은 융자금 상환기일이 도래했으나 상환을 미루고 있다.

 또 지하1층 이마트와는 건물내 엘리베이터 이용문제와 컴퓨터, 전자제품 취급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인포의 경우 분양업체인 일성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데다 상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서 매장을 분양받았던 일부 업체에서 분양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인포 상가활성화에 뜻을 함께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상우회가 구성돼 일성건설의 워크아웃이 결정될 때까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가의 내부적인 갈등은 어떤 이유에서든 상가발전이나 활성화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객유치를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