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99버그

 올 초 스웨덴의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과 고텐베르크·말뫼공항 등 3개 공항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여권을 분실한 여행객을 위해 즉석에서 임시여권을 발행하는 컴퓨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컴퓨터 연도인식 문제인 Y2K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공항으로선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전산 전문가들을 투입해 그 원인을 점검한 결과 일부 컴퓨터 프로그램이 99를 「작동중지」나 「파일 끝」 등의 에러 메시지로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들어 Y2K문제와 함께 특정일자에 컴퓨터 작동에 오류가 발생하는 이른바 「99버그」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99버그」란 프로그래머들이 99나 999, 9999를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값」으로 생각해 에러 메시지 등 특수한 용도로 사용하면서 컴퓨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날짜를 매년 1월 1일부터 일련번호로 표시하는 줄리언 방식을 사용한 컴퓨터 파일의 경우 99년 9일째인 1월 9일과 99일째인 4월 9일을 각각 「999」와 「9999」의 에러 데이터로 인식할 수 있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99번째가 되는 오는 9일이 가장 조심해야 할 날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99버그는 네자리의 연도 가운데 마지막 두자리만을 사용함으로써 1900년대와 2000년대를 혼동하는 Y2K와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99버그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99버그 문제가 산업계의 공장자동화 시스템들의 오작동을 유발하고 금융기관 및 기업의 회계처리 거래데이터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항공권이나 카드발급 등도 불가능하고 행정기관의 민원서류 발급도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99버그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1월 9일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정부기관과 투자기관·기업들이 컴퓨터의 에러 표시를 다른 방식으로 바꿔놓긴 했으나 아직까지 그렇지 않은 컴퓨터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99버그에서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4월 9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를 비롯해 각 기업들은 응용프로그램이나 데이터파일에 99나 999, 9999를 입력해 99버그의 존재 여부를 미리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