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한국의 독립음반사 (4);스톰프뮤직

 스톰프뮤직(대표 김정현)에서는 젊음의 냄새가 난다.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뭉친 이 음반기획사의 버팀목은 자금력이나 영업력보다는 「발상 전환」에 있다.

 지난 95년 결성된 PC통신 나우누리의 음악동호회 「뮤직비지니스(go sgmbmb)」에서 시솝과 부시솝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27세 동갑나기 김정현·이경례·이지형씨가 의기투합해 지난해 3월 설립한 스톰프뮤직(STOMP MUSIC)은 기존 음반산업계의 관행과 통념을 뛰어넘는 참신한 기획과 합리적인 제작방식을 추구한다. 이들 세 젊은이는 음반 기획·제작·홍보에 있어 합리적이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한국 음반산업이 나아갈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의 첫 결실은 지난해 12월 시장에 나온 「The Single Package 릴레이」 앨범. 이 음반은 싱글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국내 음반업계에 던지는 도전장으로, PC통신을 통해 공개모집한 신인가수 5팀의 음악을 한장의 CD에 패키지 형태로 담았다.

 이 앨범에는 록발라드로 타이틀곡인 「세가지 약속」을 부른 남성 듀오 LIPs, 록가수 김태영, 리듬앤블루스(R&B)를 노래하는 진혜영, 록밴드 애플파이, 발라드 가수 강민정 등 신인 대중음악주자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듯 곡을 쏟아놓았다. 기존 음반업계에서 음악장르와 주제를 통일시켜 발매하던 옴니버스 음반들과 달리 참여 뮤지션들의 개성과 음악적 색깔이 돌출돼 싱글음반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스톰프뮤직은 앞으로 남성 듀오 LIPs의 독집 앨범을 기획·제작하고, 오는 6월부터 해외 라이선스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스포츠 댄스나 포크 댄스 전용음악을 담은 음반도 기획중이다. 이와 함께 PC통신 동호회 「뮤직비지니스」를 통해 97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음악사업강좌 「MB 아카데미」를 계속 운영하는 한편 올 하반기중에 음악사업 관련 출판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홍보·영업을 담당하는 이지형씨는 『기존 음반업계가 너무 유행음악에 집착하고 홍보도 주먹구구식이어서 뭔가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스톰프뮤직의 창업동기와 사업방향을 대변했다. 이경례씨도 『소비자들은 대개 한두곡을 듣기 위해 음반을 사는데 한국 음반업 유통구조상 싱글이 발매될 수 없기 때문에 「릴레이」가 그 대안으로 등장한 셈이다』고 말하며 「The Single Package 릴레이」에 가치를 부여했다.

 현재 스톰프뮤직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녹음 때에는 도시락을 싸들고 스튜디오로 출근하고, 홍보도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하며, 구성원들에게 월급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 젊은이가 말하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서 강한 추진력이 우러나오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