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정보시스템 개편작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이 완료된 시중은행이나 빅딜이 진행중인 대기업 등은 앞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인프라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보시스템의 통합 및 최신 시스템으로의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구조조정을 완성하는 마지막 수순으로 정보시스템 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가장 빨랐던 은행권의 경우 최근 막바지 통합작업을 활발히 벌이는 한편 통합을 계기로 선진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을 비롯, 한빛은행·하나은행·주택은행 등 주요 통·폐합 대상은행은 최근 외국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통합컨설팅 작업을 대부분 완료하는 한편 위험관리시스템·수익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 관리회계시스템을 대폭 보완했다.
특히 주요 은행은 선진화된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시스템운영을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 가운데에서는 최근 빅딜에서 가장 많은 기업을 인수하게 된 현대그룹이 시스템통합작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IT시스템을 현대자동차와 통합하기 위해 올 연말 완료 목표로 현대의 업무시스템을 기아에 이식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현대전자는 아직 LG반도체와의 통합이 완전히 결정나지 않았지만 통합에 대비한 시스템통합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현대전자는 단기적으로 두 회사의 시스템을 병행운용할 계획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개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SAP R/3를 기반으로 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구축을 계기로 점차 통합해 간다는 전략이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는 현대산업개발 역시 정세영 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선진 IT기술을 도입한 시스템 구축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최근의 구조조정에 따라 업무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본부와 그룹 인터넷팀을 중심으로 그룹의 IT환경을 클라이언트 서버에서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자소그룹이 이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새로운 IT기반을 통해 인터넷을 주요 마케팅 도구로 정착시키는 등 인터넷을 단순히 업무효율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유력한 신규사업 분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삼성그룹에서는 구조조정본부가 계열사의 인터넷 프로젝트를 조정하고 삼성SDS가 기술적인 문제를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미 하드웨어 부분은 완벽한 체계를 구축했다고 보고 업무프로세스를 대폭 개편하는 작업을 유상부 회장의 특별지시로 진행중이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최근 프로세스혁신(PI)팀을 구성하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를 선정, 컨설팅을 진행중이며 오는 9월 말까지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PI작업은 올해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ERP·공급망관리(SCM)시스템 등 선진 IT기술이 대거 도입된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최근 미국 휴렛패커드사로부터 1억2500만 달러의 자금지원을 받은 것을 계기로 각 계열사의 전산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