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오라클, ERP시장 주도권 경쟁 "2라운드"

 최근 대규모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수요가 재차 발생하면서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의 주도권 다툼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통신서비스시장에서 벌어진 1라운드에서 데이콤·SK텔레콤 등의 주요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해 판정승한 SAP코리아(대표 최해원)는 그 여세를 몰아 한국오라클의 기세를 완전히 꺾겠다는 자세이며, 한국오라클(대표 강병제)은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며 지난 패배를 거름삼아 이번만큼은 SAP에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

 2라운드의 대표적인 ERP 프로젝트는 국내 최대규모가 될 포항제철과 한국통신(KT), 그리고 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이다. 이들 기업은 저마다 컨설팅을 포함해 수백억원대의 ERP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 향후 ERP 시장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항제철은 지난달 컨설팅업체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를 선정했으며 컨설팅 결과에 따라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 중 하나를 ERP 공급업체로 선정할 예정이다. 또 포항제철은 경영컨설팅에만 150억원을 투입했으며 ERP뿐만 아니라 인사관리(HR)·공급망관리(SCM) 등을 망라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국내 최대 ERP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포항제철과 마찬가지로 ERP에 대규모로 투자할 한국통신은 이르면 이달 말께 도입 ERP제품과 구축 및 컨설팅업체를 동시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한국통신 프로젝트에는 LGEDS·삼성SDS·대우정보시스템·현대정보기술 등 시스템통합(SI)업체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아서앤더슨·앤더슨컨설팅 등 컨설팅업체들로 각각 구성된 5개 안팎의 컨소시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든 컨소시엄이 ERP부문에서 SAP코리아 또는 한국오라클과 제휴해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은행권에서도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ERP와 이에 기반한 수익관리시스템·위험관리시스템 등을 서둘러 도입할 계획이며 모두 SAP와 오라클 제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께 SAP코리아나 한국오라클 ERP 중 하나를 선정할 예정이며 외환은행·한빛은행·주택은행·한미은행 등도 하반기 중 ERP 도입을 위한 사전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는 적어도 이들 대형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을 수주한다는 목표 아래 사내의 모든 자원을 동원한 파상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SAP코리아의 경우 포항제철과 한국통신에 대해 많은 컨설팅 지원군을 내세워 수주를 낙관하고 있으면서도 자칫 오라클에 추격당할 가능성에 대비해 전담팀을 통한 영업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SAP코리아는 은행권에 대해서도 자사 회계시스템에 대한 우수한 평가를 무기로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IBM 출신 임원들의 인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한국오라클은 이들 대기업과 은행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은 이점과 「인터넷 기반 ERP」라는 제품차별성을 뚜렷이 부각시켜 수주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오라클은 기동타격대(SWAT)라는 이름의 전담팀을 두고 있으며 임원진을 풀가동한 지원사격을 통해 이들 전략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RP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대형 ERP 프로젝트는 ERP 시장주도권의 향배를 쥐고 있어 SAP코리아나 한국오라클 모두 사활을 걸다시피하며 수주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