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용 원판 공급가를 놓고 원판업체와 PCB업체의 신경전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원판업체와 PCB업체의 원판 공급 가격 산정 논쟁은 매년 이때쯤 재연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의 경우 가격 협상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는 (주)두산을 비롯한 원판업체들은 각종 원부자재 국제 가격이 최근들어 품목에 따라 급등하거나 오를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가격을 지난해보다 올리거나 최소한 지난해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세트업체들의 PCB 구매 가격 인하 이유를 내세워 원판 가격도 낮춰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상 독점 공급체제로 전환된 가전용 페놀 원판의 경우 두산과 대기업 PCB업체의 시각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가전용 단면 PCB 전문 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지난해 코오롱전자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페놀원판시장은 두산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하면서 『두산이 이를 빌미로 페놀 원판 공급 가격을 인상하려 들면 속수무책』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PCB업체 사장은 『현재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페놀원판 가격 수준은 두산의 가격보다 낮은 수준』이라면서 『대기업은 물량을 조건으로 한 가격 협상력을 지닌 데다 외산 페놀 원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PCB업체의 주장에 대해 두산 측은 『두산 외에도 국내에서 페놀 원판을 공급하는 업체가 있어 독점 운운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전제하면서 올들어 페놀 원판용 종이·수지·동박 등 주요 원부자재의 국제 가격이 오르거나 오르는 기미를 보이기 때문에 PCB업체의 가격 인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외국 페놀 원판업체의 공급 가격이 두산보다 낮다는 주장과 관련, 『일본 등 일부 외국 페놀 원판업체들은 한국시장내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덤핑 가격을 제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두산 가격보다 높다』면서 『현재 가격도 채산성을 확보하기 힘든데 추가 가격 인하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원판 공급가를 둘러싸고 원판업체와 PCB업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기미를 보이자 양측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가격 수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국내 전자산업 환경 변화 등 부수적인 조건을 들어 가격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탐색전을 벌이고 있어 올해 국내 원판 공급 협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