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절전기능으로 "승부"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들이 에너지효율에 대한 규제를 날로 강화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에너지효율 높이기 경쟁이 한층 가속되고 있다.

 지난해 IMF한파로 심한 몸살을 겪으면서 국내 내수시장이 극도로 위축되자 가전업체들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제품에 대한 마케팅 전략 자체를 기본기능 위주로 전환, 절전효율 높이기 및 소음줄이기, 친환경제품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올 들어 냉장고와 세탁기 등에도 인버터 기술을 속속 채용하는 등 국내시장에서도 절전기능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인버터기술은 회전수를 자동제어할 수 있는 BLDC모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일반 AC모터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에너지 효율을 15% 이상 높일 수 있는 등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뿐더러 소음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왜곡된 입력 전류파형을 보상해줌으로써 역률을 높여주는 일종의 역률보상회로인 PFC(Power Factor Corrector)회로도 인버터기술과 함께 일부 고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본격 채용되고 있다.

 인버터화를 위한 BLDC모터나 제어회로 및 PFC회로 등은 에너지절감 효율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가격이 높아 그동안 가전업체들이 본격 채용하지 못해온 것들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들 부품에 대한 양산기술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우선은 이를 일부 고급형 제품에 채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들 부품에 대한 가격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여 적용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들어 다소간의 제조원가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절전을 위한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주요 수출시장인 선진국들이 에너지효율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미 70W 이상급의 모든 전기·전자제품에 대해 80% 이상의 역률을 유지해야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이보다 15∼20% 낮은 실정이다. 유럽은 이어 내년부터 규제기준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도 오는 2001년부터 모든 냉장고에 현행보다 30% 이상 강화된 에너지 절약기준을 적용키로 하는 등 에너지효율에 대한 규제를 날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 최근 전기기기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통상산업성 주관으로 높은 수준의 목표치를 설정해 놓고 이에 미달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톱 러너(Top Runner) 방식」이라는 통합적인 에너지 합리화법률을 만들어 이달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출물량을 더욱 늘려 나가야만 하는 국내 가전업체들로서는 선진국들의 에너지효율에 대한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는 초절전형 제품 개발이 시급해진 것이다.

 결국 이같은 선진국들의 규제강화 움직임은 그동안 다양한 절전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오면서도 아직 국내의 에너지효율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 않은 관계로 개발해 놓은 기술마저 제조원가 상승을 우려해 채용을 꺼려온 국내 가전업체들의 절전효율 높이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어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에너지효율이 낮은 제품이 속속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