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 "苦杯"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져오던 가전업계의 스포츠마케팅이 최근 사라졌다. 지난 4일부터 세계청소년 축구대회가 나이지리아에서 개막됐지만 이를 이용한 전기·전자, 정보통신 업체들의 스포츠마케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동안 전자업계 스포츠마케팅이 축구를 중심으로 이뤄져왔고 청소년축구대회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데도 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이 없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자업계의 스포츠마케팅은 우리나라 팀의 성적이 사전에 정한 수준에 오를 경우 자사상품 구매고객에게 파격적인 사은품을 증정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보험회사와 연계해 추진하기 때문에 보험마케팅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업체가 정한 우리나라 스포츠팀이 예정했던 성적을 거두면 보험회사에서 사은품을 책임지는 형태다.

 각사는 29인치 이상 구매고객에게 20인치나 25인치 TV를 주거나 컴퓨터 구매고객에게 프린터를 주는데 성적이 좋으면 보험회사에서 이들 상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이득을 얻고 성적이 나쁘면 보험료를 날리게 된다.

 물론 업체 입장에서는 마케팅이 성공을 거둬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 성적이 나빠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아시안게임 때만 해도 가전·컴퓨터 등 20여 업체들이 다투어 나섰던 스포츠마케팅이 이번 세계청소년축구 대회에서는 자취를 감춘 것은 그동안 실시했던 스포츠마케팅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손해나는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서너 차례 실시했던 스포츠마케팅에서 가전3사의 경우 보험료와 판촉비로 3억∼5억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했다.

 그러나 판매는 평소보다 10∼20% 증가하는 데 그쳤고 국가대표팀의 성적도 부진해 보험혜택도 받지 못했다. 가전사의 경우 일련의 스포츠마케팅으로 손해본 비용이 업체당 5억∼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손해를 보면서도 그동안 업체들이 스포츠마케팅에서 발을 뺄 수 없었던 것은 다른 업체들과의 판촉에서 질 수 없다는 경쟁의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 청소년축구대회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판촉에 나서는 업체들이 없어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시들한데다 경쟁업체들이 서로 따라나서면 효과가 전혀 없이 자존심 싸움만 하게 되는 판촉에 앞장설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축구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판촉은 국가대표 청소년축구팀이 4강에 진출하지 않는 한 앞으로 쉽게 눈에 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