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던 완전평면 논쟁이 모니터에 이어 이번에는 TV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라운드인 모니터 논쟁이 평평도에서 누가 뛰어난지에 관한 것이었다면 2라운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완전평면TV 논쟁은 어느 쪽 제품의 화질이 뛰어난가 하는 것이다.
이번 논쟁은 삼성전자가 29인치 완전평면TV인 CT-295AF에 순차주사(Progressive Scanning)방식을 채택, 고화질 및 PC와의 호환성을 실현했다고 발표하자 LG전자가 순차주사방식으로는 동영상을 구현하는 데 문제점이 있다고 반박하면서 불붙었다.
양사의 화질논쟁은 사실 지난 3년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디지털 HDTV 규격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미 등장했던 해묵은 것이다.
당시 미국의 컴퓨터업계는 기존 순차주사방식을 보완하면 TV에 근접하는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고 차세대 TV가 고화질 실현뿐만 아니라 양방향 멀티미디어 단말기로서 이용되리라는 점에서 순차주사의 유용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TV화면에 적용해온 비월주사(Interlaced Scanning)와 달리 순차주사는 문자·정지영상 및 데이터 송수신에 강점을 가진 PC 화면주사방식에 가깝다는 반박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같은 이유를 근거로 LG전자는 정지화면이 많은 PC에는 순차주사가 적합하지만 동영상이 많은 TV에서는 비월주사가 적합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LG전자측은 비월주사는 1화면(프레임)을 둘로 나눠 격차를 두고 주사하기 때문에 1초에 60화면으로 구성돼 다이내믹한 동영상을 재현하는 데 좋은 반면 순차주사는 1화면을 한 번에 주사하기 때문에 1초에 30화면으로 구성돼 동영상의 화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순차주사는 VCR기기나 비디오테이프가 오래돼 영상신호가 약할 때 화면이 거칠어지거나 자막글자가 깨지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견해는 다르다. 순차주사가 빠른 동작이 담긴 화면을 재생할 때 잔상효과가 2배 정도 길어져 화면이 조금 흐려지는 현상이 있긴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잡힐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비월주사와 달리 프레임을 나눠 주사하지 않고 한 번에 주사하기 때문에 화면재생력이 더 뛰어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측은 영상신호가 약한 상황에서는 비월주사한 화면이든 순차주사한 화면이든 모두 떨림현상과 깨짐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한계인 데도 불구하고 이를 순차주사방식의 단점으로 지적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25인치 이하 TV에서는 비월주사와 순차주사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지만, 29인치 이상 TV 및 프로젝션TV 등에서는 순차주사한 화질의 선명성이 부각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순차주사와 비월주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양사의 화질논쟁은 기술적으로 이미 장단점이 드러났으나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달린 문제여서 쉽사리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이번 논쟁도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어 1라운드에 이어 또다른 소모전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