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이젠 인터넷이 국제법이다

 일본에서 조그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S씨는 쇼핑몰 서버를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에 구축해 놓고 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는 데이콤의 인터넷 전자지불 서비스인 「E크레딧(eCredit)」을 이용한다.

 외국에서 이 쇼핑몰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신용카드 내용을 입력하고 구매를 신청하면 데이콤의 전자지불 게이트웨이에 연결된다. 그러면 이 회사가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자·마스터·아멕스 등 해외 카드의 결제서비스를 통해 달러로 결제할 수 있다.

 S씨가 데이콤 전자지불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이유는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의 카드 수수료가 한국은 5%인데 일본은 7%나 되기 때문이다. 서버는 한국에 있지만 S씨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료를 갱신하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각 국가의 법이나 제도도 무한경쟁을 하는 시대가 됐다. 더 개방적이고 더 적은 비용이 드는 제도나 법을 채택하지 않으면 자본이나 상품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나토의 유고 공습이 시작되자 외국 취재진들은 대부분 유고에서 추방됐다. 유고정부는 철저한 언론 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유고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취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베오그라드의 「라디오 B92」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서버를 이용해 유고의 소식을 전했다. 이 사이트는 유고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알바니아계의 탄압소식을 전해주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 인터넷 때문에 정부의 통제나 규제가 이전만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포르노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전통적인 개방사회뿐만 아니라 아랍이나 아시아 국가들도 국경 없이 몰려드는 음란물을 막을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음란물은 대부분 아무런 규제도 없는 남태평양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터넷시대에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은 규제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다. 카리브 해안의 섬들에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은행들이 대부분 들어서 있다. 인구 1만4000명에 넓이가 400만평밖에 되지 않는 케이맨섬에는 전세계 유명은행이 무려 500개나 진출해 있다. 이들 은행에는 섬의 주민이 평생을 벌더라도 만져보지 못할 돈이 쌓여 있다. 물론 이 돈이 실제로 쓰이는 곳은 미국이나 유럽의 증권시장이다. 모든 금융시스템이 인터넷 등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돈이 세계 어디에 있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섬에 은행들이 진출해 있는 것은 세금을 거의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각 국가들은 유리한 세금조건을 내걸지 않으면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기도 힘들어졌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역시 각 국가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고 있다. 전자화폐의 활용이 늘어나고 기업간 전자자금 이체가 늘어나면서 국가간 자금이동이 늘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은 더 이상 한 나라나 특정 언어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세계의 경제를 한 단위로 묶어주고 있기 때문아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같은 추세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요즘 구호처럼 등장하는 「세계 수준의 법과 제도」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인터넷 확산에 따른 제도의 평준화 압력에 대해 국가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강대국의 횡포」라는 지적도 있다. 제도경쟁에만 치중하다가는 기업들만 살찌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인터넷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면서 현실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 안고 있는 셈이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