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특허는 재산이다

김덕래 특허기술정보센터 소장

 우리는 그동안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보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다가오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적어도 특허기술정보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은 독약이요 몰락의 지름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중소기업에서 석·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원 5명을 특채해 2년간 5억원의 거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이미 오래 전에 외국 선진기업에서 특허를 받아놓은 것으로 밝혀져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든지, 대학교수의 특허출원이 관행대로 자신이 발표한 학술논문 때문에 등록받지 못했다는 얘기는 더 이상 에피소드가 되어선 안된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이후 국제무역과 지적재산권이 연계되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무한기술전쟁시대에 접어들어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특허공세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특허권으로 대변되는 기술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기업의 생존 자체를 보장받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최근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에 힘입어 세계 4위의 「특허출원대국」으로 부상하는 등 양적으로는 성장했다지만 대부분 그간 외국 기업과의 특허분쟁을 통해 특허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일부 대기업에 편중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술개발력 지수가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6.6에 불과할 정도로 질적으로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기술경쟁력 증대를 위한 전략은 다각도로 연구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특히 지적재산권 부문에서는 기술개발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특허정보를 조사·분석함으로써 기술개발투자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독창적인 우수기술의 개발, 즉 발명은 더 이상 개인의 천재성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공개된 특허정보를 활용한 조직적인 팀워크의 의도적 산물이다.

 이젠 전 산업분야에서 업종이나 인력의 구조조정 못지 않게 기술개발의 구조조정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개발의 구조조정은 특허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특허정보는 조사분석을 통해 특허지도(PM) 등으로 가공될 경우 기술개발에 필요한 정보뿐 아니라 경쟁사의 기술개발 동향 및 특허전략 파악, 특허분쟁시의 효과적인 대처전략 수립, 기술도입시 로열티 절감을 위한 근거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보고서에 의하면 특허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연구개발기간을 60% 단축하고 연구개발비용은 40% 절감할 수 있다. 특허정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전세계적으로도 매년 150만건 이상의 방대한 정보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발달로 이용자가 편리하게 특허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우리나라도 특허기술정보센터가 제공하는 「KIPRIS서비스」를 통해 국내외 모든 특허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특히 2000년부터 무료서비스로 전환될 예정이다. 특허청 산하 특허기술정보센터는 선행기술조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허정보조사와 분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보활용이 미약한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허는 「재산」, 기술은 「힘」, 정보는 「생명」이다.

 선진국에 뒤처진 기술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특허정보의 효율적인 활용만이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