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컴퓨터 주변기기 비품이 대거 국내시장에 밀려들면서 관련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지사나 정식 공급계약을 맺은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수입되는 컴퓨터 주변기기가 급증하면서 관련업체의 골머리를 썩히는 것이다.
컴퓨터 주변기기 한국지사들은 본사와 공조해 이들 비품의 국내유입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비품 대부분이 국제시세에 따라 단기성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다 법적 구속력이 약해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비품 주변기기중에서 가장 많이 공급되고 있는 제품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와 CD롬 드라이브.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이면서 환금성이 좋고 부피가 작아 운반하기가 편리한 제품들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집단상가에서는 미국 IBM사의 10GB급 HDD 제품이 23만원선에 공급되고 있다. 물론 이 제품은 한국IBM이 정식으로 공급하는 제품이 아니라 수입업체들이 국내에 들여온 것. 현재 이 비품은 가격이 한국IBM의 8GB급 HDD보다 같거나 더 저렴하게 공급돼 한국IBM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비품은 현재 대부분의 HDD업체들이 소비자대상 시장의 주력모델로 삼고 있는 6.4∼8GB급 제품과 거의 대등한 가격대에 공급되기 때문에 다른 HDD 공급업체들에까지 가격압박을 가하는 등 HDD 공급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비품인지 알면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IBM은 이같은 HDD들이 PC 공급업체에 대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용도로 거래되는 제품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 제품 공급처를 조사해 공급중단을 요청해놓는 절차를 밟고 있으나 도입물량이 많아 이달까지는 지속적으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한국후지쯔나 맥스터코리아, 퀀텀코리아도 최근 정식계약을 맺지 않은 수입업체에 의한 HDD 유입이 크게 늘고 자사 대리점이 공급하는 제품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유통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CD롬 드라이브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LG전자도 최근 급증하는 역수입 제품으로 시장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월 10만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CD롬 드라이브 시장에서 자사제품의 역수입품이 2만대 이상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역수입 열풍이 잠잠하다 최근 들어서 급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CD롬 드라이브 공급가격에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월 2만대 규모의 역수입품은 정식 유통제품과 차별화된 또다른 가격대의 시장을 형성하는 등 조직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LG전자가 간과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카드나 CPU 등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컴퓨터 주변기기 제품들에 대한 역수입 열풍이 거세, 정식 공급업체와 수입업체의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