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 케이블TV망을 활용해 부가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함에 따라 그동안 두루넷이 선점해온 케이블TV 부가서비스시장이 경쟁체제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한전의 케이블TV 전송망사업 중단조치 이후 전송망을 직접 포설하는 케이블TV 방송국(SO)들이 하나둘씩 늘고, 기존의 중계유선을 인수한 SO를 중심으로 중계유선망의 업그레이드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케이블TV 부가서비스시장의 사업자 구도 역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두루넷과 하나로통신 사이에 SO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케이블 SO들 역시 두루넷 서비스와 하나로통신의 부가서비스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 혹은 독자적으로 케이블망을 구축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한창 저울질하고 있다.
선발 주자인 두루넷은 현재 서초·중앙·한강·동부·동서울·서서울·용산·한빛·남동·서해·수성·푸른·경남·경북·금정·낙동·범진·부산방송 등 한전의 전송망을 사용하는 22개의 SO와 제휴해 케이블 부가서비스를 제공중인데 4월 현재 3만5000명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두루넷은 선발주자답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케이블 프로그램공급사(PP)인 m.net과 YTN의 방송 프로그램을 실시간 또는 편집해 서비스중이며, MBN·투니버스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도 협의중이다. 여기에 「타이틀 온 디맨드(TOD)」 「애니메이션 온 디맨드」 등 신규서비스 도입 계획도 세우고 있다.
두루넷은 한전의 전송망이 깔리지 않은 SO지역에 대해서는 직접 전송망을 깔거나 중계유선사업자와 제휴하는 방안을 강구중인데 현재 신림동지역에는 자가망을 구축, 시험 운영중이며 광명·안산지역에서는 한빛SO의 중계유선망을 이용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등장은 케이블 부가서비스시장을 한층 복잡한 구도로 몰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현재 대전의 한밭방송, 서울의 동작·강서·북부SO와 제휴해 케이블 부가서비스를 제공중인데 현재 2300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밖에 광주·안양·대구·수원·울산방송 등과도 협력 계약이나 기본 합의서를 교환했으며 이른 시일 안에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울산과 안양지역의 경우 하나로통신이 직접 케이블TV망을 구축, SO측에 전송망 시설을 임대하거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동일한 한전의 케이블망을 이용중인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측은 서비스 도입 초기인 점을 감안해 가급적 상대가 확보한 SO지역에 대해서는 영업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케이블망 활용시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상향대역을 나눠 갖거나 상향대역의 주파수 확보를 놓고 특별히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양 사업자 사이에 암묵적으로 유지되는 신사협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현재 부가서비스를 준비중인 한 SO의 고민은 현재의 부가서비스시장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부천지역 SO인 드림씨티는 한전의 케이블망과 중계유선망을 활용해 케이블TV 프로그램을 제공중인데 하반기중에는 부가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두루넷 또는 하나로통신과 손잡거나 직접 부가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두루넷 서비스는 다양한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고 SO측이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앞으로 시내전화 등 기본 서비스시장까지 진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에 비해 하나로 서비스는 SO가 인터넷은 물론 시내전화 서비스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나 하나로측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에 SO측의 교섭력이 두루넷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직접 부가서비스를 하기에는 현재 중계유선의 망 품질이 문제가 되고, 콘텐츠를 직접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계유선의 망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 하나로 등 통신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경기방송의 사례는 이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방송은 직접 케이블망을 구축하기 때문에 다른 SO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현재 경기방송측은 케이블망을 구축해 하나로통신측에 임대하는 방안을 협의중인데, 이 방안이 성사된다면 케이블TV 망 임대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하나로통신과 제휴할 경우 시내전화사업, 인터넷사업에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길이 폭넓게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