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 생산장비협의회 "눈앞"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장비업체들이 뭉친다.

 국내 10여개 PCB 생산장비업체 사장들은 조만간 회합을 갖고 한국PCB생산장비협의회(가칭) 결성을 추진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회 결성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박정수 정인교역 사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개최됐던 IPC에 참석한 국내 PCB 생산장비업체 사장들과 만나 국산 PCB 생산장비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의회를 결성해 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하면서 『내달경 협의회 발족에 뜻을 같이 하는 PCB 생산장비업체 사장들이 모여 이 문제를 정식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CB생산장비협의회 결성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사안이나 업계 전체의 의사를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없어 구체화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안민혁 영화OTS 사장은 사견임을 전제, 『국내 PCB 생산장비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발전하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는 업계 전체가 각종 현안을 협의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단체가 전무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이제는 국내 PCB 생산장비업계가 뭉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에는 직접 PCB 생산장비를 제작·공급하는 업체는 20여개에 달하고 장비 부품·소재 등을 공급하는 업체까지 합치면 50여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국내 PCB 생산장비업체 중 상위권 업체의 경우에도 연간 매출액이 50억원 남짓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가내 수공업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협의회 결성은 고사하고 서로 만나 한국 PCB 생산장비 선진화 방안을 논의할 여유도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 그동안 중소 PCB업체만을 대상으로 PCB 생산장비를 공급해온 선발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국산 장비를 외면해온 일부 대기업 PCB업체들까지 국산 장비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산 PCB 생산장비업계를 바라보는 눈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게 장비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생산설비를 확충하려는 국내 PCB업체들이 고환율로 인해 가격이 비싼 외산장비보다는 값이 싸고 품질도 우수한 국산 PCB 생산장비를 구매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국산 PCB 장비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국산 PCB 생산장비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개선됐는데도 장비업계의 고민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 PCB 생산장비업체 사장은 『PCB업체들은 가격과 품질 등을 우선 고려, 장비를 구입하지만 그 장비에 묻어 들어오는 생산 노하우도 감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산 PCB 생산장비업체들은 장비 이외의 부가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협의회가 결성되면 선진 PCB 생산기술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장비 공급에 따른 애로 사항을 협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며 『이른 시일내에 PCB생산장비협의회가 결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