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검찰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 단속이 강화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소 등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최근 잇단 대책회의를 갖고 연구소내 불법복제 SW사용 근절과 정품SW 구매를 위한 방안마련에 들어갔다.
출연연들은 한국과학재단이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SW관련 감사를 받은 결과 예상보다 불법복제 SW사용 적발건수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 각 연구소들의 상황이 이와 유사할 것으로 판단하고 과학재단 감사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최근 대학에 대한 검찰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번 조사에서 SW 불법사용 적발 프로그램을 각 컴퓨터에 직접 구동시켜 불법사용자를 적발할 계획인데다 위법자에 대해 사법처리를 할 방침이어서 출연연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출연연들은 우선 각 연구부서에 공문을 보내 불법복제품을 전량 지우도록 지시하고 사용중인 불법복제SW 조사와 필요한 SW수량 조사에 나섰다. 출연연들은 현재 사용중인 SW 가운데 MS오피스·아래아한글·바이러스 제거프로그램을 비롯해 연구부서에서 필요한 비주얼 스튜디오·랭귀지 프로그램 등 불법복제 사용이 많은 특정 SW에 대해 중점 조사하고 꼭 필요한 수량에 대해서는 일괄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KAIST의 경우 이미 SW 수요조사를 마치고 현재 각 SW 공급업체와 협의, 구매단계에 들어가 있다. 또 각 행정지원부서와 연구실에 대해 공문을 보내 불법복제품을 삭제토록 하는 한편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사용중인 SW를 정품으로 교체할 것을 일괄 지시했다. 기계연·에너지연·항우연 등도 각 연구 및 지원부서별로 사용중인 SW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중이다.
이들 출연연은 PC구입시 제공되는 SW 중에서도 정품이 아닌 경우가 있다고 보고 범용 SW의 경우에는 일정기간 라이선스를 갖는 「몰프」형태의 계약을 추진중이다. 또 연구과제별 책임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각 연구부서에서 필요한 특정 SW에 대해서는 부서별 예산을 마련해 별도 구매할 방침이다.
항우연은 아래아한글의 경우 지난해 국산 SW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전량 정품화시켰으나 MS오피스 등 나머지 SW에 대해서는 정품사용이 부족하다고 평가, 이의 대책을 마련중이다. 항우연은 특히 불법복제 SW와 정품SW 구분방법 등 SW 수요조사를 위한 기준조건을 금주 중 마련, SW 수량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반해 원자력연과 전자통신연(ETRI)은 이미 사용중인 SW에 대해 정품SW 교체작업을 완료해 느긋한 입장이다. 원자력연의 경우에는 기존에 사용중인 MS제품에 대해 3년간 연구소 내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정품으로 인정하며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아래아한글에 대해서도 프리 라이선스로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또 연구부서의 특정 SW는 부서에서 필요시 구입해 사용하며 이에 대한 라이선스는 전산실에서 일괄 관리해 불법SW 사용을 근절키로 했다.
ETRI 또한 이미 수년 전부터 불법SW 대책을 수립, 연구원에서 필요한 SW를 총괄 구매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ETRI는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중 적발될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내부 규정을 마련,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검찰의 SW 단속방침에 따라 출연연 전산담당자들은 정부의 불법SW 사용 단속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일부 SW가격이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산지원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연구원·행정원들이 이미 많은 불법SW를 사용중이어서 어떤 제품이 불법SW인지 구별되지 않는다며 정부 차원의 「불법SW 리스트」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