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시행령 초안에 대해 정보통신부가 잇단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이 법 시행령 내용을 놓고 관계부처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정통부는 최근 「음비게법」 시행령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게임물 구분에 명시한 통신 게임물 및 기타 게임물에 대한 정의를 삭제하고, 멀티문화방을 정의한 시행령 제5조 제2호도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또 기술개발과 기술수준의 향상에 관한 조항에 「게임물 제작에 관한 기술은 제외한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오락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을 제작하는 업자」는 제작업자로 등록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정통부는 이의 근거로 통신 게임물의 경우 현재 심의·기술개발 등에 관한 업무를 정통부가 주관하고 있어 시행령에 규정할 필요가 없으며, 기타 게임물에 대한 정의도 자의적인 법집행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게임제공업에 명시된 멀티문화방의 경우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곳이므로 게임제공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이와 함께 정보기술이 요구되는 게임물에 대한 기술개발 명시조항이 없어 관장부처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기술개발과 기술수준 향상에 관한 사항」(시행령 제8조 제3호)에 「게임물 제작에 관한 기술은 제외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해야 하며,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오락할 수 있는 영상물 제작업자에 대해서는 등록을 예외로 해줄 것을 주장했다.
문화부는 이에 대해 「억지논리」라며 일축했다. 문화부는 정통부가 주장하는 통신 게임물과 기타 게임물의 정의에 대한 삭제요구는 게임물을 부처별로 나눠 담당하자는 이른바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며, 영상물이 수록되지 않은 게임물에 대한 조항이 자의적인 법집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역할축소를 우려한 데 따른 억지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문화부는 또 「멀티문화방」 삭제 주장에 대해서도 멀티문화방을 건전놀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육성하려는 의지보다는 인터넷 업무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특히 『인터넷과 관련한 업무가 정통부 소관사항이라 하더라도 관장하는 범위는 기반시설 확충과 기술개발에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술개발과 기술수준 향상에 관한 사항」과 「제작업자 등록 예외조항 신설」 주장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관련업무는 모두 정통부의 업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문화부와 정통부가 관련산업 육성과 상호보완적 관계 설정이란 대의보다는 부처이기주의에 빠져 「음비게법」 시행령안에 접근하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의 혼선이나 국가예산의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가 없도록 하기 위해선 관련법령에 따른 시행령이 바르게 제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업무 주관부처의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선 양부처 차관급의 고위정책협의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국무조정실 또는 청와대 차원의 조정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음비게법」시행령 제정안은 이달 말께 차관회의를 거쳐 내달경 국무회의에 상정, 공포될 예정이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