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IMT2000 표준화 동향과 국내 대응전략

이우용

◇ 89년 고려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 91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 97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 박사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센터 표준기획연구팀 선임연구원

 다가오는 21세기 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전세계 선진 각국의 표준화 활동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제3세대 꿈의 통신인 차세대 이동통신을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2000이 주도할 것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국제표준을 정하는 데도 전례 없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IMT2000 관련서비스는 2000년 일본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동컴퓨팅 인구(일본의 경우 2000년 1400만명)와 셀룰러 사용자가 서서히 IMT2000 서비스로 옮기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IMT2000 가입자수는 2005년 전세계적으로 3억, 2010년에는 16억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외국보다 오히려 빠른 속도의 서비스 확산이 예상되며 2005년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1700만명 중 14%인 250만명이 IMT2000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0년에는 가입자의 67%가 IMT2000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IMT2000 시스템 시장규모는 교환기와 기지국을 포함해 2001년 5700억원, 2003년까지 연간 700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IMT2000 관련 표준화 현황을 살펴 보면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이 차세대 이동통신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업체별로 협력과 경쟁을 통해 IMT2000 핵심 표준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중이며 이를 국제표준화에 반영하기 위해 ITU,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 3GPP2의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기업의 자유경쟁 개발체제를 통해 기존 PCS 시스템을 보완해 IMT2000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모토롤러·퀄컴·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CDG(CDMA Development Group)를 중심으로 IMT2000 시스템을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으로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일본은 IMT2000 시스템을 구체화시키고 필요한 핵심기술 등을 검토하기 위해 우정성이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IMT2000에 관한 조사연구회를 구성해 운영중이다. 또 NTT도코모·KDD·NEC 등이 독자모델을 개발하다가 92년부터 NTT도코모가 연구개발을 주도해 무선전송방식의 경우 광대역CDMA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유럽은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란 이름으로 IMT2000을 추진하며 분야별로 업체들이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RACE(Research and development in Advanced Communication technologies for Europe) 프로젝트를 통해 무선전송방식·망구조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UMTS의 무선전송규격 연구는 에릭슨을 중심으로 진보된 시간분할다중접속(Advanced-TDMA)방식을 병행 추진해 왔으나 현재 광대역CDMA방식을 중점 연구중이다. 결론적으로 IMT2000의 무선접속방식의 세계적인 추세는 광대역CDMA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2000년대 초 제공될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개발하기 위해 지난 97년 l월 정부·연구기관 등이 모여 차세대이동통신개발협의회를 구성했다.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개발사업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주관 연구기관으로 정부와 국내외 97개업체가 참여, 올해까지 3년간 차세대이동통신의 기초 기반기술 및 표준모델 개발을 수행해 오고 있다. 또 이에 따른 무선전송방식을 개발해 ITU 등 국제표준화기구에 제안하고 무선전송방식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와 2000년 이후 각 업체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게 될 상용화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표준모델도 구축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선진국들의 표준화 동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제안하고 있는 동기방식(cdma2000)과 유럽 및 일본이 제안하고 있는 비동기방식(WCDMA) 모두를 고려중에 있다. 전자는 글로벌(Global)CDMAⅠ으로, 후자는 글로벌CDMAⅡ로 규정하고 있다.

 세계적인 단일접속규격의 표준화는 ITU-R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ITU-R TG8/1에서 추진하고 있는 표준기술 규격의 대상은 다중접속방식과 채널 부호화 및 변조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ITU-R의 무선전송기술(RTT : Radio Transmission Technology) 규격으로 제안된 표준안들은 대부분 CDMA방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TTA를 통해 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동기식방식인 글로벌CDMAⅠ과 비동기 CDMA개발 그룹에 의해 개발한 비동기방식인 글로벌CDMAⅡ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부문 RTT 규격안을 ITU-R에 제안했다. 또 위성부문 RTT 규격안으로 지상부문의 국내 제안규격을 부분적으로 통합한 SAT-CDMA방식도 제안했다. 유럽 ETSI(European Telecommunication Standards Institute)와 일본 ARIB(Association of Radio Industries and Businesses) 및 미국 T1P1 등에 의해 제안된 광대역CDMA방식의 규격안들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또 국내 글로벌CDMAⅡ 규격안과 역시 유사하다. 이 규격안들은 ETSI와 ARIB의 상호 협조하에서 공동으로 개발됐고 유럽의 범유럽이동전화(GSM)방식과 호환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 TIA TR45.5의 cdma2000과 한국의 글로벌CDMAⅠ 규격안은 현재의 IS95 규격에 기초한 CDG cdmaOne 규격의 발전 개념을 근간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유사성을 갖고 있다.

 현재 표준화는 유럽 ETSI 및 일본 ARIB의 WCDMA와 미국 TIA TR45.5의 cdma2000간 대결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cdma2000은 미국이 제출한 4개안 중 하나로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반면, WCDMA는 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최종 국제 단일 표준결정 과정에서 매우 유리한 입장이다. 따라서 단일 국제표준으로 cdma2000이 채택 가능성이 불리하게 됨에 따라 퀄컴측은 WCDMA와 cdma2000간 통합 단일 표준안에 대한 협상을 고려해왔다. 그러나, 퀄컴의 CDMA 관련 지적재산권이 통합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며 복수의 표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cdma2000에서 현재 IS95기반의 CDMA망과 호환성 유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IMT2000에서 추구하는 기능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유럽과 일본은 통합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표준화 작업이 미국의 cdma2000과 유럽/일본의 WCDMA 규격간 대결 구도로 가고 있으므로 국내의 경우도 이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cdma2000으로 단일화되거나 또는 통합안에 수용될 경우 국내 이동전화와 PCS망이 CDM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시장 진출에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WCDMA방식이 채택될 경우에는 CDMA기술을 전적으로 퀄컴에 의존해야 하는 현 체제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이 채택되든 장단점이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방식별로 모든 가능한 요소기술 및 관련 지적재산권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미 구체적 표준안 확정이 예상되는 부문에서는 구현기술을 파악해 관련된 지적재산권 확보에 주력해야 하고 표준화가 진행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표준기술 개발을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와 관련기술의 표준화 활동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ITU는 올해 말까지 표준화 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ITU 차원에서는 요소기술 선정과 전체적인 윤곽만 설정하고 지역 또는 국가표준화단체가 산업체에서 생산에 필요한 자세한 규격을 작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유럽/일본, 미국은 세부 규격서 작성을 위한 그룹(3GPP, 3GPP2)을 구성했다.

 지난해 4월 유럽의 ETSI와 일본의 ARIB/TTC는 3세대 GSM망 및 이를 토대로 한 WCDMA 접속기술, 단말기에 대한 규격서 작성을 위한 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도 이에 대응해 지난해 5월 ANSI(America National Standard Institute) 차원에서 3GPP2 구성을 위한 ANSI 3G Adhoc Committee를 구성했다.

 현재 세계적인 IMT2000의 표준화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유럽 ETSI주도의 3GPP 및 미국 TIA 주도의 3GPP2그룹의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관련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업체와 연구기관은 TTA의 차세대 이동통신 분과위원회(SC7)를 중심으로 대응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표준화 작업은 고도의 타협과 전략적 협상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표준화 작업시 원천기술 확보와 표준기술을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제표준화단체(ITU, 3GPP, 3GPP2)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 현재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표준화 핵심항목들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국내에 신속히 보급해 국내 표준기술의 연구력을 국제수준으로 맞춰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개발하고 확보한 지적재산권이 빛을 볼 수 있도록 고도의 타협과 전략적 협상을 통해 국제표준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표준전문가의 육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표준전문가들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술연구를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는 기술료의 일정 지분을 개발자가 가지게 되므로 기술 개발의 보상이 있지만 표준화 활동은 기술개발 못지 않은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이 없으므로 표준전문가의 사기를 떨어뜨려 표준화 활동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