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선 통신업계의 영원한 숙원이 풀렸다. 삼성전자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의 핵심 칩인 MSM과 BBA칩을 본격적으로 양산, 국산 단말기에 채용키로 한 것이다.
그동안 CDMA 상용서비스 세계 첫 성공이라는 화려한 명분을 내세워 CDMA 종주국임을 자부해온 국내 통신업계 입장에서 MSM과 BBA칩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특히 단말기 생산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MSM칩의 국산화 없는 CDMA 종주국이라는 자화자찬적 수식어는 줄곧 『재주는 국내업체들이 넘고 돈은 퀄컴이 챙긴다』는 자조적인 비판에 수그러들곤 했다.
또한 단말기 신제품 개발 때마다 국내 CDMA업체들은 퀄컴사와 가슴 조이는 「칩 가격 협상」에 시달리는게 연례 행사였다.
물론 이번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MSM칩과 BBA칩은 「퀄컴사와 특허계약」이라는 벽에 부딪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단말기에만 사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CDMA산업이 갖고 있는 원천적인 족쇄를 떨쳐버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칩 국산화 성공으로 연간 약 4억달러, 향후 5년간 20억달러 이상의 외화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RF칩세트와 핵심 운용소프트웨어까지 자체 조달이 가능해짐으로써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분야의 획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기대효과는 독점 공급업체였던 퀄컴사를 견제할 수 있는 통제장치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을 제외한 국내 CDMA업계에서도 이번 삼성의 핵심 칩 국산화로 퀄컴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 횡포가 상당부분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산업 측면에서도 이번 CDMA칩 양산 성공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변신을 예고하는 일대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나 LSI로직·VLSI테크놀로지 등 세계 유수의 비메모리 반도체업체들조차 까다롭게 생각하는 CDMA MSM칩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비메모리 산업의 가능성과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전자 측은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무선통신용 칩을 자체 설계로 개발한 것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높아진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공정기술을 가진 삼성전자가 휴대폰 핵심 칩을 자체 설계할 수 있는 능력까지 확보함으로써 21세기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자체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플래시 메모리와 S램 등을 MSM 칩에 모두 내장시킨 이른바 무선통신 시스템온어칩(SOC)과 153.6Kbps의 초고속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차세대 이동통신 IMT 2000의 핵심칩인 IS-95C를 올 하반기 세계 처음으로 출하, 세계 CDMA 무선통신에 관한 세계 최고의 업체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