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DMA 휴대폰 핵심칩 양산.. "퀄컴 그늘" 벗어났다

 그동안 미국 퀄컴사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 단말기의 핵심 칩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산된다. 이에 따라 국내 CDMA 이동통신산업은 지난 92년 9월 퀄컴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지 6년5개월, 96년 1월 SK텔레콤이 인천지역에서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여만에 퀄컴사의 종속구조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기술독립체제로 전환되는 일대 전기를 맞게 됐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CDMA 이동전화의 핵심 반도체인 MSM(Mobile Station Modem)칩과 BBA(Baseband Analog Processor)칩은 물론 범용 운용체계를 이용한 단말기용 소프트웨어까지 개발에 성공, 이달부터 본격 양산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MSM과 BBA칩은 컴퓨터의 CPU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비메모리 반도체로 그동안 국내 CDMA 단말기 업체들은 이 칩을 전량 퀄컴사로부터 수입 사용해 왔으며 최근 일부 업체들이 미국의 DSP커뮤니케이션사와 모토롤러사 제품을 부분적으로 채용하고 있을 만큼 철저하게 외산 의존적인 제품이다.

 특히 MSM칩은 CDMA 단말기에서 수신되거나 발생하는 신호를 처리해 CDMA시스템으로 보내주는 반도체로 전체 단말기 생산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부품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칩(모델명 SCom3000)은 실시간 범용 운용체계(pSOS)를 탑재, 인터넷 웹브라우저 및 E메일 등 멀티미디어 기능 내장이 손쉽고 잡음제거를 통해 통화음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독자적인 신호처리 알고리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동안 MSM칩은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CDMA업체는 물론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로지·LSI로직·VLSI테크놀로지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경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다.

 또한 MSM칩과 고주파(RF)단 간의 인터페이스 기능을 하는 반도체인 BBA칩은 MSM과 함께 CDMA 단말기의 핵심 칩으로 그동안 퀄컴과 소니가 세계 시장을 과점해 왔다.

 삼성이 개발한 BBA칩은 특히 휴대폰의 통화시간을 늘리기 위해 200㎃의 저전력을 사용하도록 설계됐으며 휴대폰의 소형경량화에 적합하도록 4가지 패키지 타입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핵심 칩과 함께 주파수합성기 및 고주파 처리반도체(RFIC) 칩세트 개발에도 성공, CDMA 휴대폰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반도체를 국산화, 향후 부품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사와의 특허 사용계약에 따라 이번에 개발된 칩들은 당분간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폰에만 사용할 수 있으나 향후 특허 협상을 지속적으로 추진, 수출가능성을 타진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 칩 개발을 위해 지난 2년간 총 27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으며 핸즈프리키트 사용시 음질을 대폭 향상시켜 주는 「Acoustic Echo Canceler를 구현하는 방법과 장치」 등 총 25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고 밝혔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