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위기가 곧 기회다

안무경 한국SAS 사장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나라가 IMF 사태를 맞게 된 이래 부쩍 많이 듣게 된 말이다.

 지난 일년 남짓한 기간에 외환가치는 수직 상승하고 우리 기업들은 풍전등화처럼 흔들려 5대 재벌 계열사조차 구조조정이란 태풍을 피해갈 수 없는 지경에 내몰렸다.

 기업이 흔들리면 거기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온전할리가 없다. 어느새 실업자 수가 200만명에 육박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실업자 수당이니 재취업 교육이니 하는 먼 나라의 복지 프로그램쯤으로만 여겨졌던 단어들이 우리의 귀에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단 구조조정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인원정리가 불가피할 때가 있다. 어찌할 수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럴 때는 당사자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아주 난감하다.

 우리 회사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가 곧 무능한 사람인 것은 아닌데 과연 그것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누군가는 그에게 무언가를 말해줘야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거기에 가장 적합한 말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인생은 즐거운 일만 계속되는 피크닉 같은 것은 아니다. 빛과 그늘, 산과 골짜기가 교차되는 길이다. 때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그리고 고통은 반드시 악하거나 약점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므로 우선 자신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냉철하게 분석해 봐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에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때에는 자기에게 유리하게 판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툰 판단보다는 긍정적인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는 그것과 맞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통은 직접 얼굴을 맞대기 싫다고 해서 눈을 가리고 있으면 저절로 없어져 버리는 유령 같은 것은 아니다. 불행이나 고통도 그것대로 없앨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면 우리들의 성장은 그것들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고통이 자동적으로 우리들을 단련시켜 주지는 않지만 아이스큐로스의 말대로 인간은 고뇌를 통해 배우고 지혜를 얻고 구제를 받게 된다. 누구나 다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나 승리자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패배했을 때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배운다는 것이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도 행운이 주어졌던 사람이기보다는 약점과 패배를 인생에 선용한 사람들, 그러니까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했던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통의 순간, 패배의 기간이 혹시 조금 길어지더라도 절망할 일이 아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미리 경계할 일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 모두가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에 안고 이 시대를 살아간다면 우리에게는 무한하고 다양한 기회가 다가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