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업계, "한글 폰트파일" 저작권 보호 제외 판결 반발

 서울 고등법원이 지난 12일 「한글 폰트파일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 국내 폰트 개발업체들이 대법원 항소를 준비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을 준비한 원고측 폰트 개발업체 5개사는 폰트 파일의 무단복제를 사실상 허용한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글자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국내 폰트 개발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편 글자 디자인과 같은 첨단 업종을 보호하기 위해 신지적재산권 법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서울 고등법원은 윤디자인연구소를 비롯한 폰트 개발 5개 업체가 한모씨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사건에서 △폰트파일을 저작권법상의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렵고 △글꼴 파일 자체를 창작성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려우며 △피신청인의 서체 프로그램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원고승소 판결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폰트 개발업체들은 이번 판결이 국내 글자 디자인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독일·프랑스 등의 경우 문자 자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일본 등 국가들도 최근 「문자는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지만 문자를 표현하는 창작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측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글자꼴 자체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지만 이를 컴퓨터 상에서 구현해주는 폰트파일은 서체 개발업체들이 제품개발용 소프트웨어와 전문인력 등을 동원해 개발했기 때문에 엄연히 프로그램』이라며 『폰트 개발업체들이 기술과 인력을 투자해 개발한 제품을 이처럼 무단복제해 판매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면 누가 제품을 애써 개발하겠는가』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피고인 한모씨는 폰트 개발업체 5개사의 제품을 모두 카피해 기존 제품의 10분의 1 가격에 판매하다가 적발된 것』이라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피고측 제품을 또 다른 제3자가 무단 도용해도 피고측은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폰트 개발업체들도 이번 판결이 국내 폰트개발 산업을 위축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지적재산권과 관련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글자꼴 디자인의 법적 보호-저작권법상 보호가능성 및 입법론적 고찰」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글자꼴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