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제언

김정주 넥슨 개발실장

 요즘 신문을 보면 「모든 길은 실리콘밸리로 통한다」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관련 기사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그곳에 가지 않으면 바로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책이 발표되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새너제이 시내에 위치한 번듯한 건물에는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지원하는 센터도 있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아직 많은 미비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열심히 구축했지만 이제 그곳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구축을 위한 실천방법으로는 우선 실리콘밸리에서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분석작업이 있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회사가 이제 30여개에 이른다. 현대·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200여명 규모의 벤처기업 혹은 더 작은 회사들도 실리콘밸리 러시 속에 그곳에서 자리를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소기업 가릴 것 없이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맛보고 있다. 따라서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지, 무엇을 더 보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법 정비 등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근거지를 확보하는 일은 굳이 인터넷 관련 기업만이 아니더라도 정보통신과 관련된 모든 기업에 당면과제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전에 무역회사의 지사를 내거나 현지 유통회사를 위해 만들어진 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과거의 법 테두리로는 수용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실리콘밸리를 향한 투자가 쉽지 않은 경우가 꽤 많이 발생한다.

 현지에 연구소를 만들고 현지직원을 채용, 스톡옵션을 주며 현지문화에 맞게 기업을 만들자면 캘리포니아의 주법에 따르는 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법인을 세우고 나면 여기에 들어간 모든 비용에 대해 한국내에서 고스란히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당장의 매출보다 그곳의 좋은 인력들과 문화를 익히고자 하는 투자가 모두 직접 매출과 닿아야 하는 이전의 제도와 상충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실정에 맞는 실질적인 제도의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연구인력의 해외 파견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가 풀려야 한다. 현재 병역특례법에 따라 병역특례를 받고 있는 많은 훌륭한 연구원들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병역특례 대상자를 실리콘밸리에 파견하는 경우 허가절차도 복잡하지만 결정적으로 한 번의 파견이 몇 개월 이상일 수 없고 전체 특례기간중 몇 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할 수 없으며 체류기간을 연장할 경우 복잡한 허가절차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격전장에 정예의 인원을 파견하려는데 이를 어렵게 만드는 여러가지 제도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의욕적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하드웨어의 구축보다 실제로 기업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당장은 부작용이 따를지라도 더 큰 이득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더 많은 인재가 자유롭게 실리콘밸리로 가서 생활하며 현지시장에 맞는 제품들을 개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