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호환이 안되는 복제방지시스템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기술로는 MP3파일의 복제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련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MP3플레이어를 기반으로 한 주문형 음악(AOD)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제방지시스템이 속속 개발돼 상용화하고 있지만 컴퓨터의 열린체제로 인해 음악 보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계적 인터넷 음악사이트인 「mp3.com」에 실린 전문가 칼럼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컴퓨터의 열린체제 때문에 디지털 음악 보안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현재 몇몇 회사에서 제안한 보안방식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a2bwav」라는 크랙을 이용하면 L사의 복제방지 프로그램 메뉴에 「wav로 복사」라는 항목이 나와 보안된 음악파일을 사용자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보안이 풀린 wav파일로 저장 가능하다. 물론 이같은 지적에 대해 L사는 mp3.com 측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단지 L사의 보안방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삼성전자의 「시큐맥스」나 BR네트콤의 「캡슐오디오」에서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프로그램 조작만으로도 이들 회사의 암호화된 mp3음악파일은 전혀 보안이 안돼 있는 wav파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오디오 관련 셰어웨어 프로그램인 「버추얼 오디오 케이블 드라이브」를 이용하면 시큐맥스나 캡슐오디오처럼 wav로 저장하는 기능이 없는 보안프로그램에서도 wav파일로 뽑아낼 수 있으며 이를 다시 MP3인코더로 인코딩하면 사이즈가 작으면서도 보안이 안돼 있는 mp3파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제방지시스템이 아무 소용없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전부터 PC통신에 등장한 MP3 복제방지시스템 관련 게시판에는 이를 비웃는 컴퓨터 사용자들의 글이 수없이 게재돼 왔다.
최근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예컨대 삼성전자 SM3파일은 레지스트리만 덤프해 가져가면 어디서나 플레이 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한 통신사용자가 캡슐오디오의 암호화과정을 풀었다는 내용 등 현재 사용중인 복제방지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와 BR네트콤 측은 『말도 안되는 지적』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대다수 MP3팬들은 이미 대중화돼 있는 mp3파일을 저작권 보호문제를 들어 암호화된 파일로 만들어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 않다며 복제방지 무용론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MP3 사용자들은 현재 나와 있는 복제방지시스템이 서로 호환이 안된다는 것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큐맥스나 BR네트콤의 캡슐오디오로 암호화된 파일을 각각 삼성전자가 만든 MP3플레이어인 「옙」이나 LG전자가 만든 「MP프리」에서만 재생할 수 있게끔 한 것은 이제 막 꽃을 피우려고 하는 MP3 대중화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따라서 굳이 암호화하더라도 플레이 만큼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에서도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재산권을 어떤 기계적인 방법으로 보호하는 데는 큰 무리가 있다』고 전제하며 『그동안 PC통신에서 복제방지시스템 없이 전개해 온 MP3 상거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그보다 사용자들이 이를 무단 복제·배포하려는 데 큰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기능도 발휘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야기하는 복제방지시스템으로 MP3의 대중화를 막는 것보다 차라리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소프트웨어업체들처럼 음악저작권협회 등 관련 협회가 나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MP3를 무단 복제·배포하는 것을 단속하는 등 법적대응을 강화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