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에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정품이 낮은 가격으로 무장한 그레이(gray) 제품에 밀리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초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폐지된 데다 최근 중국·싱가포르 등 해외 그레이 시장에 현지 OEM업체의 인텔 CPU가 대량으로 풀려 실제 거래가격이 인텔의 공식 공급가격보다 낮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세차익을 노린 국내 CPU 전문 유통업자들이 현지의 딜러들과 연계해 인텔 CPU를 대량으로 들여와 국내 인텔 대리점들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 인텔CPU의 가격체계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인텔이 지난 11일 모든 모델에 대해 가격인하를 단행한 후에도 그레이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유입돼 현재 시중에는 대부분 이 시장에서 들여온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영인텍·제이씨현·삼테크 등 대리점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로 인텔은 PPGA형 셀러론 366㎒ 가격을 86달러로 인하했지만 일선 수입업자들은 이보다 원가가 12달러나 높은 SEPP형 제품을 86달러에 들여와 공급하고 있다.
또 펜티엄Ⅱ350㎒의 경우 대리점 공급가격은 23만2000∼23만5000원인 데 비해 그레이 제품은 22만8000∼2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펜티엄Ⅱ 400㎒와 펜티엄Ⅲ 450㎒짜리 제품의 경우 그레이 제품이 대리점 정품보다 각각 1만원과 3만원이나 싸다.
이와 관련, 인텔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아시아 지역 물량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레이 시장 물량이 바닥나기 전까지는 이처럼 그레이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