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기관·정부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삭감 및 조직축소 압박, 업무 및 기능조정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조조정 압력으로 인해 「출연기관도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 관련 공공기관들간 전략적 제휴가 활기를 띠고 있다.
15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된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공공기관간 짝짓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 산업연구원(KIET)·산업기술시험원(KTL)·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 산하기관과 생산기술연구원·전자통신연구원(ETRI)·표준과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사업무에 대한 강점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창출, 궁극적으로 기관의 대외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목표아래 해외 유사기관과의 업무협정서 체결을 통한 국제적인 전략적 제휴까지 추진하는 사례도 생기는가 하면 대학, 신기술금융사, 병원, 일반 산업체에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대외적인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기관경쟁력 제고에 적극 나서 이탈리아·중국 등 외국 산업기술연구기관과 잇따라 업무협정서를 체결했다.
생기원은 이와 함께 LG창투 등 벤처캐피털과도 손을 잡고 「기술개발」과 「사업화 투자」를 연계한 시너지효과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최근엔 서울대학병원과 협력, 생체의료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계량 및 측정표준분야의 양대축인 중기청 산하 국립기술품질원(NITQ)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최근 정밀측정기법 개발 등 측정표준 연구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협약을 체결했으며, 중진공과 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정보통신분야의 기술거래와 관련한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 앞으로 첨단 IT기술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에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산업기술평가원 산하 산업기술시험원(KTL)은 서울공대와 제휴, 공동연구 및 개발협력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 △기술자문 △연구시설 및 장비 공동활용 등의 협력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KTL은 이와 함께 주력업무인 품질인증분야에서 세계 모든 나라의 품질인증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며 국내 유사기관과도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자부품연구원 등 대부분의 정부출연연이 공공기관은 물론 벤처캐피털·산업체 등과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수는 성사시킨 상태다. 각 정부부처 산하기관들도 그간의 폐쇄적인 업무구조에서 탈피, 대외 유사 및 관련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정부출연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로 공공기관들이 다소 안이하게 대처해 왔으나 이젠 누구도 존폐를 장담할 수 없어 민간기업식 전략적 제휴가 공공기관계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