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상아탑 "벤처새싹"들이 시든다

 최근 대학생들의 창업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졸업 후 취직이 어렵게 되자 아예 회사를 차려 창업을 결행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정부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체계적인 계획 없이 창업한 학생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젊음 하나만을 무기로 창업한 학생들은 우선 기술·자금·경영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기성세대와는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사례는 이미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각 대학이 최근 잇따라 설립하고 있는 창업지원센터를 찾으면 그곳에 입주해 있는 학생 벤처 사장들의 꿈과 좌절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모 대학 창업지원센터에는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15개로 전체 입주회사(22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게임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는 전자과 4학년 B씨(27)는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영업활동은 물론 어느새 11명으로 불어난 직원의 인사관리·홍보 등 회사 경영에 필요한 핵심 문제를 모두 혼자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더욱이 그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모두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일. 그러다 보니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라는 하소연이다. 아직 학생 신분인 직원들은 우선 일하는 태도에서부터 프로의 그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고 사무실에서 개인적인 잡담으로 소일할 때도 흔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센터에 입주해 있는 N사 역시 메모리디바이스 개발을 목표로 올해 초 설립됐다. 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K씨(30)는 이 학교 전자과를 졸업하고 지난달 석사과정에 입학한 학생 사업가. 그는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최한 전국대학생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 참가, 수상한 것이 계기가 돼 같은 학과 후배와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러나 창업을 하자마자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을 맞게 됐다. 특히 그가 당초 계획한 아이템의 경우 오랜 시간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난은 지속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는 요즘 아르바이트로 장난감 로봇의 개발을 위탁받는 등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도 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학생 벤처기업의 상황은 좋은 편이다. 우선 연구·사무공간을 비교적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고 또 기술력만 있으면 교수들과 같이 산·학 공동연구 과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창업을 결행해 고생만 하는 학생 벤처사장도 많다.

 D대학 전산과 4학년인 B씨(29)는 지난 1년 동안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운영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분석하면 자신의 창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팔고 있는 제품은 전통 공예품과 민속주. 그러나 최근 데이콤인터파크를 비롯한 유수의 인터넷 쇼핑몰 회사들이 모두 이러한 품목을 팔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안돼 꿈을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쇼핑몰을 폐쇄해야 할지도 모르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대학생들이 주로 창업하는 대상인 게임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가장 손쉬운 사업 아이템으로 게임 개발에 도전하고 있지만 게임분야도 여느 사업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기획능력과 함께 대규모 자본이 필수적인 사업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학생들에게 무작정 창업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문을 하고 싶다. 벤처기업은 특성상 성공률이 낮은데도 불구, 그들에게 젊음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도전하라고 종용하지는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젊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또 다시 도전해볼 용기가 있고 재도전할 때에는 성공할 확률이 조금은 높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벤처기업=성공」이라는 허상을 젊은 대학생들에게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벤처를 장려하기 위해선 정부나 학계가 이 문제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더욱 튼튼한 기술력과 지식을 축적한 후 치열한 경쟁에서 선봉에 서야 할 그들에게 너무 일찍 좌절을 경험하게 하고 더 크게 나아갈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