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요란한 "포털전쟁"

 「포털시장을 잡아라.」

 최근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소리 높이 외치는 구호다. 인터넷 검색서비스 업체는 물론이고 온라인 서비스 업체(ISP), 웹콘텐츠 업체, 사이버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인터넷분야의 기업 치고 포털전략을 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미 네이버·한메일·네띠앙 등이 무료 전자우편과 검색서비스 등의 장점을 내세워 포털사이트임을 자임하고 나섰고 야후코리아·라이코스코리아·아이팝콘코리아 등 해외기업들도 포털경쟁에 가세했다. 이와 함께 유니텔·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넷츠고 등 PC통신서비스 업체들도 자체 홈페이지를 강화해 포털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데이콤인터파크와 유니플라자 등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도 매출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기업들이 포털사이트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신의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일단 사용자들을 자체 사이트의 단골로 확보해놓으면 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광고는 물론 전자상거래, 온라인 조사 등 다양한 마케팅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게 포털업체들의 계산이다.

 그러나 이들 포털사이트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각 업체들의 목소리가 무색할 만큼 내용이 빈약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외적으로는 포털사이트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막상 방문해보면 서비스를 하는 대상도 불분명하고 서비스의 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사이트를 연결하거나 몇몇 정보를 모아놓고 포털사이트라고 떠들기도 하지요.』

 한 온라인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한마디로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로 많은 곳에서 무료 홈페이지나 무료 웹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제한적이거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보 역시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사용하고 있는 무료 메일회사에 갑자기 접속이 안돼 고생을 했다는 이용자 김순남씨는 『무료 서비스가 새로 생길 때마다 여기저기 옮겨봤지만 결국 마음에 들지 않아 지금은 해외의 무료 메일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역시 「인터넷 친구」 「CQM」 등 비슷한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자체 이용자 외의 시장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서비스의 내용과 질이 빈약한 이유는 떠드는 만큼 시장이 형성돼주질 않기 때문이다. 나우콤의 강창훈 사장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분야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포털시장이 잠재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조만간 광고나 사이버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실제로 야후코리아를 제외하고는 포털서비스를 통해 이렇다 할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포털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포털의 시늉을 내는 것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한 관계자는 『온라인 업체들이 참여하는 올 하반기쯤에야 본격적인 포털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질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라는 것이다.

 포털시장은 야후·AOL 등 세계 유명 인터넷 기업들이 경쟁하는 미국에서조차 2, 3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치열한 경쟁분야. 때문에 우리가 포털이라고 외치는 데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남다른 서비스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한 외국 인터넷 업체 관계자의 말에 한번쯤 귀기울여볼 만하다.

 그는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무료 메일과 홈페이지, 인스턴트 메시지 등 외국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모델을 가져와 백화점식으로 붙이는 데만 열중해 있다』며 『우선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노력을 통해 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