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 주사가 200억원을 모을 수 있는 우리 나라의 공무원 비리. 어떻게 하면 그런 부정부패를 근절시킬 수 있을까. 조선시대에는 암행어사를 통해 탐관오리를 적발, 처벌했지만 21세기 디지털시대에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풀어보자는 책이 나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경성대 정충식 교수(행정학·39)가 최근 펴낸 「멀티미디어 시대의 행정」이 바로 그것.
저자가 이 책을 펴낸 동기는 『감사나 공직자 사정 같은 도덕적 접근으로는 공무원 부패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정보기술을 이용한 행정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그는 또 『정보화 정책을 이이상 정치논리로 추진해서는 안되며 정부가 정보기술을 활용한 행정혁신, 즉 전자정부 구현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전자정부는 새로운 주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미 국민의 정부도 대통령 선거를 치르던 지난 97년부터 정부 각 부처에 정보화담당관(CIO)을 두는 등 행정부문의 정보화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그 후 실제 시행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퇴색됐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그 예를 지난 2월 3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의 건국 한마음 다짐대회」에서 찾는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 중에는 동원된 사람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은 장소만 장충체육관에서 잠실로 바뀌었을 뿐, 군사정권 때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보는 듯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국민의 정부는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21세기 정보화를 주장하면서 역사의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만약 정부에 정보화 의지가 있었다면 각 시·도의 제2의 건국 추진위원들을 시청과 도청으로 모이게 한 후 영상회의를 통해 토론을 벌였으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정보기술을 활용하지 않고 산업사회의 중앙집중식 동원방식을 사용하면서 어떻게 국민과 기업의 지식운동을 선도할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최근 정부가 제2의 건국 신지식인 운동에 초점을 둠에 따라 그보다 근본이 되는 정부의 정보화 정책, 즉 전자정부의 구현이 우선 순위에서 뒤로 처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이 바로 서는 나라를 계몽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서 정보기술을 활용한 행정혁신, 즉 전자정부의 구현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책은 우선 정보사회의 정의와 우리 나라 행정환경 등에 대해 살펴보고 전자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외 사례를 곁들여 설명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행정학 책」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컴퓨터와 행정이 만나는 영역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이 책을 펴낸 정충식 교수는 고려대 사회학과와 경영대학원, 성균관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박사(컴퓨터감사 전공)학위를 받았으며 NCR, 씨티은행 전산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부산에 있는 경성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정 교수는 또 「전자정부 구현의 주요 성공요인에 관한 연구」 「전자적인 정보공개를 위한 정책방안」 「정보기술을 활용한 행정개혁의 관점에서」 등의 논문발표를 비롯, 지난 97년 「전자정부론」이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