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55);알레르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한다. 알레르겐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꽃가루를 비롯해서 고양이 털이나 담배연기·합성세제·가죽·먼지·곰팡이 등등 사실상 거의 모든 물질이 알레르기 유발원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다 한꺼번에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그 중 한두 가지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알레르겐으로 작용한다.

 흔히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며 고양이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알레르겐은 고양이 털이 아니라 털에 묻은 비듬이나 단백질 부스러기다. 따라서 고양이를 자주 목욕시키면 알레르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알레르기란 일종의 생화학 반응이다. 우리 몸은 자체적인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외부의 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적군인지 아군인지를 구분한다. 알레르기는 바로 적군으로 판명된 물질들에 대해 신체가 격렬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는 히스타민 같은 방어용 화학물질들이 분비되는데 바로 이것들이 재채기나 가려움, 눈물, 콧물을 유발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알레르겐과 최초로 접촉할 때에는 신체가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알레르기 반응은 반드시 알레르겐과 두번째 접촉할 때부터 나타난다. 최초로 맞닥뜨리는 외부의 물질은 피아를 구별할 수 없으므로 일단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우리 몸에 유해한 것으로 판명이 나면 신체의 면역체계가 기억해두었다가 다음부터는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자주 접하지 않는 알레르겐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도 알레르기 반응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열이나 기타 다른 증상은 없는데 콧물이 나고 코와 목이 가려운 증상이 며칠 동안 계속될 경우 일단 알레르기로 의심해볼 만하다.

 알레르기 환자는 의외로 많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10% 정도가 알레르기라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특별히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다는 사실. 그저 예방이 최선책이다. 즉,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파악해두었다가 그에 해당하는 알레르겐들을 가급적 피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몇 가지 알레르기 치료법이 소개돼 있다. 먼저 자신만의 알레르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피부 테스트가 있다. 피부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고 알레르겐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스며들게 한다. 그 물질이 알레르겐인 경우 15분 정도 지나면 구멍 부위가 붉어지고 가려워진다. 이 피부 검사법은 혈액을 이용한 방법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치료제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항히스타민제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 오기 약 1주 전부터 이 약을 복용하면 상당히 효과가 있지만 반면에 졸음이 오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알레르겐 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다. 소량의 알레르겐을 계속 맞다보면 신체의 면역 체계가 점차 적응해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게 된다. 이 방법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만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는 적잖은 도움이 된다. 누구든지 나이가 들수록 알레르기 증세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알레르기 예방. 꽃가루 알레르기 보유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비온 뒤처럼 공기가 깨끗할 때가 아니면 실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또 교차반응이라고 해서 알레르겐과 유사한 물질이 든 음식물도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마다 미리 이런 음식물들을 파악해놓는 것이 좋다.

 또 집안이나 자동차, 애완 동물 등을 늘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먼지를 최대한 없애고 실내의 습도도 50% 이하로 유지하면 곰팡이나 진드기는 잘 생기지 않는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