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몇몇 민간단체들이 실시해온 전산자격증 시험을 국가기술자격 검정과목으로 신규 지정하고 시행하면서 민간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한국정보산업연합회·교육소프트웨어진흥센터 등 전산자격시험을 주관해온 민간단체들은 최근 노동부가 PC 숙련도를 평가하는 「컴퓨터활용능력검정」제도를 신설한 데 이어 전산회계, 전자상거래 분야까지 국가기술자격 검정과목에 편입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이는 사실상 정부가 전산자격증 관련시장을 독점하려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회장 김상하)는 지난 11일 13만7000여명의 응시자가 참여한 가운데 PC 활용능력을 평가하는 신규 국가기술자격증인 「제1회 컴퓨터활용능력검정」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내용의 민간 전산자격 시험인 한국생산성본부의 「ITQ」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PCT」가 이미 지난 97년부터 시행되고 있어 PC능력평가 분야의 전산자격증 시장을 놓고 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는 국가주도의 경직된 기술검정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97년 우수민간자격증에 공인 국가기술자격과 동등한 혜택을 주는 「자격기본법」을 제정했고 이후 6∼7개 민간단체가 PC, 인터넷 검색, 사무자동화 등 전산자격증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해 국가공인과정을 준비해왔다.
한국생산성본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공인자격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회분위기에서는 민간자격시험이 국가공인검정제도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초기투자를 감수하며 민간단체가 개척한 전산자격증 분야를 뒤늦게 정부가 국가기술 검정과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수익성 좋은 전산자격증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인터넷, 전산회계 분야의 평가시험을 주관해온 교육소프트웨어진흥센터의 한 담당자도 『선진국에서도 사법, 의료 등 핵심분야를 제외한 자격제도 대부분을 민간에 이양하는 추세며 특히 정부가 PC, 인터넷 등 발전속도가 빠른 특수분야까지 국가공인시험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민간단체의 반발에 대해 노동부는 효율적인 정보화시책 추진을 위해서는 주요 전산자격증을 정부주도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국가기술 검정범위를 전산회계, 인터넷전자상거래 분야 등으로 계속 확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전산자격증 분야도 전국 규모의 국가기술검정 관리시스템에 포함하는 것이 국가정보화를 앞당기는 데 효율적』이라며 『앞으로 국가기술 검정과목과 유사한 민간자격증은 국가공인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혀 지난 2∼3년 동안 민간단체에서 시행해온 전산자격시험 가운데 상당수가 제도권 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노동부로부터 국가기술검정 시행을 위탁관리해온 대한상공회의소는 「PC활용능력검정」에 이어 올 하반기 기존 부기과목을 「전산회계」로 대체하고 내년부터 인터넷분야의 「전자상거래관리사」를 신설하는 등 전산자격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